[인터뷰] 김미숙 (사)김용균재단 대표

“노동자 권리 향상, 죽음 없는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힘쓸 것”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었다. 외동아들이라 했다. 흔히 말하는 경상도 사나이라 사근사근하진 않았지만 평생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힘들게 일하는 부모에게 부담 갈까 학원도 몇 달만 다녀 점수를 올리고는 “이제는 혼자 공부하는 법을 익혔다”고 말할 정도로 속도 깊었다.

 

2인 1조로 근무해야 하는 환경, 그것은 기업의 이익 추구로 지켜지지 않았고 김미숙 대표는 하루아침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곱고 예쁜 아들을 잃었다.

 

김미숙 대표는 아직도 일부 기업은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고 이런 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런 일들에 기업과 혜택을 나누는 일부 정치인, 노동부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보며 자신을 지키려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하고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전한다. 바로 그런 일에 힘쓰려고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선 4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로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

- 김용균재단은 아들 용균이 사고처럼 노동자가 억울하게 죽지 않고 다치지 않게 비정규직 철폐, 위험의 외주화 금지, 청년노동자 권리보장, 산재사고 당했을 때 유가족에게 힘이 되는 일, 유가족 지원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산업재해가 너무나 많은 사회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용균이 사고 때 도와주신 노동자와 일반 시민들이 모여 만든 것이 창립 취지라 하겠다.

 

창립일은 2019년 10월 26일 출범식을 했고 현재 업무는 연대활동, 외부활동, 그 외 노동 사안과 관련해서도 더욱 배우려 하고 있다.

 

 

■ 말씀하시기 어려우시겠지만 아드님 고 김용균 씨가 생전 어떤 아들이었는지, 사고 과정 및 경과, 당시 심정 등 설명 부탁드린다.

- 하나밖에 없는, 무녀독남 용균이는 속 깊고 착한 아들이었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려 하지 않았다. 흔히 남자아이들 자라면서 썩인다는 사고도 용균이는 전혀 없었다.

 

학창 시절 아이가 다른 과목은 혼자서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왔는데 영수 과목이 좀 약했다. 학원 수강을 권했고 두 달 만에 90점대로 점수가 올랐다. 그 후 바로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제는 자신이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다고 말했었다.

 

사고 당시 심정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아들의 부재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억울하게 아들이 죽어 원통하다.

 

 

 

 

■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된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인 일명 김용균법 내용 관련해 견해는 어떠하지. 이 법안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 도급인 산재 예방 조치 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작업중지권, 도급범위 협소, 산재 처벌조항 하한선 소실 등을 짚고 싶다.

 

 

■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는 산업현장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는 근로자가 발생하고 있다. 관련 견해는 어떠하신지. 아울러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어떤 사항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 모든 산재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기업이 안전을 무시한 결과이고 기업이 살인을 한 것이다. 반복적인 사망은 연쇄살인이라고 본다.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도록 법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개정 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근로 환경 격차가 크다. 관련 대책이나 견해를 주신다면.

- 급여도 비정규직의 배로 가져간다고 알고 있다. 안전 관련해서도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는 혜택을 많이 누린다. 위험한 일은 외주를 주는 구조라서 대부분 산재는 하청에서 많이 생긴다.

 

상시지속업무 즉 매일 계속해야 하는 업무 종사자는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본다. 비정규직은 고용상태가 불안해서 언제라도 해도 여지가 있기에 부당한 처우에도 말하지 못하고 목숨조차 위태로운 지시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없애려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 노동존중을 찾아보기 힘들다.

 

쓰고 마음에 안 들면 마음대로 자르고 싶어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 같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해고라는 면에서 봤을 때 힘없는 노동자에게 더 치명적인 것 같다.

 

 

■ 아드님 김용균 씨처럼 산업현장에서 다치거나 혹은 사망에 이른 일을 겪은 사고 당사자나 가족분께 조언이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 산재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안전을 등한시한 기업이 잘못한 것이고 그런 기업을 처벌하지 못한 정계나 고용노동부 등 관계 당국, 경찰 등이 잘못한 것이라 본다.

 

또 하나, 가족으로 잘못해준 것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김용균재단으로 연락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최대한 돕겠다. 그러려고 창립한 재단이다.

 

사고를 일으킨 기업이나 근무처는 법적으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말로는 2인 1조 근무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한 사람만 일을 시켜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도록 하고 있다. 이런 것은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고 이런 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일들에 기업과 혜택을 나누는 일부 정치인, 노동부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자신을 지키려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 이 외 더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계획 등 말씀 부탁드린다.

- 사고는 거의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돼 있다. 원청은 사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공공기관은 경영평가 제고가 있는데 하청을 둠으로써 안전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과 구조를 만들어 놓고 점수를 잘 받는 만큼 성과급을 많이 받을 수 있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노동자들을 고용이 불안하게 만들어서 시키는 대로 말 잘 듣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원청이 가지는 혜택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그런 구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재단은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모든 노동자가 자신을 지킬 권리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