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총장 “이렇게 늦게 찾아봬서 무척 송구스럽다”
한종선 피해생존자 대표 “계류 중인 특별법 진행하게 해달라”
△ 문무일 검찰총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를 만나 사과했다. 왼쪽부터 형제복지원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김용원 전 검사(현 변호사), 한종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에게 사과했다.
문 총장은 2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대표 한종선)을 만나 “이렇게 늦게 찾아봬서 무척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종선 피해생존자모임 대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특별법을 검찰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구해 진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애초 약속 시각인 오후 3시보다 다소 이른 시간에 센터에 도착했다. 문 총장은 들어서자마자 모인 피해생존자들 모두와 악수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시간보다 일찍 온 것은 생존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총장은 “당시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 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적절한 후속조치도 이뤄졌을 것”이라며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한종선 대표의 공식 입장 발표, 피해생존자들의 사례, 김용원 전 검사(사법연수원 10기)의 수사 외압 및 인사 불이익 등의 전례 발언 등을 경청하고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의 대검찰청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받는 것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이어 문 총장의 요청에 따라 피해생존자들과 비공식 대화 시간을 가졌다.
한종선 대표는 “그 당시 검찰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며 “문무일 검찰총장님께서 뒤늦게라도 한 발 내딛어주셔서 와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문 총장에게 전하는 요구사항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할 수 있는 국회 계류 중인 특별법을 검찰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구해 진행할 수 있게 해줄 것 △시설 이용과 더불어 모든 인권유린 사건 범죄자들에게 검찰의 단호한 법적 구속 처벌 △검찰이 윗선 등의 외압으로 보호해야 할 사람을 두 번 죽이지 말아달라 △검찰의 뼈아픈 역사로 기록해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후에도 피해생존자들에게 끊임없는 사과를 하고 검찰의 개혁 자세 보여달라고 밝혔다.
김용원 변호사는 “오늘 검찰 총장님께서 하신 형제복지원 사건 사과는 해당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국가 배상을 앞당기는 계기로 판단해 높게 평가한다”며 “형제복지원 수사 당시 검찰 총장을 포함해 지휘관들에게 갖가지 외압 및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자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통렬한 자기 반성을 통해 검사가 소신껏 수사하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억울한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원 변호사는 검사 시절 형제복지원 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생존자 사례 발표로는 박순이, 최승우 씨 등이 딸의 사연과 가족의 피해 사례를 전했다. 이날 센터에는 약 30명의 피해생존자가 참석했으며 그 외의 생존자들은 대체로 몸이 불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로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이 형제복지원의 성립 배경이다. 복지원 운영 12년 동안 513명이 사망했으며 원내 폭행 및 성폭행, 시신 매매 등의 인권 유린이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원은 연간 20억 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1989년 박인근 원장과 직원 5명을 구속하고 박 원장에게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했다. 박 원장은 2016년 사망했다.
문 총장은 앞선 20일 형제복지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후라도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 신청하는 비상구제절차다.
관련 영상 바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7KGRs0K_aDU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