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황의 사과, 늦었지만 의미 있어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제266대 교황 86세 본명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이 최근 캐나다를 방문해 과거 교회가 저지른 만행을 사과했다.

 

교황은 앞선 7월 24-29일경 캐나다를 찾아 앨버타주 옛 기숙학교 부지 및 부근 공동묘지, 누나부트준주 이칼루이트의 초등학교 등지에서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한 과거 악행을 사죄했다. 1881-1996년까지 캐나다 정부가 인디언과 이누이트족 등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백인 기독교 사회에 동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세운 139개 기숙학교에서 자행된 폭행, 성폭력, 인권유린, 학대 등에 관한 것이다.

 

이 원주민 기숙학교는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의 소년 소녀들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해 운영한 의무 사항이었다. 이는 원주민의 육신은 유지하되, 정신과 문화를 말살하려 한 시도라 볼 수 있다.

 

캐나다 원주민 자녀들 15만 명은 5-6세에 강제로 기숙학교로 보내졌고 이곳에서 6천여 명이 폭력 등으로 사망했다. 기숙학교는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교회 등에 의해 운영됐다. 2021년 5월 이후 1300개가량의 묘지가 기숙학교 현장에서 발견됐으며 어린아이의 시신이 집단 매장된 흔적도 발견됐다고.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실종된 아이들은 최대 1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전해진다. 또 기숙학교에 보내졌던 이들은 당시의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기숙학교 생존자는 8만 명 정도이며 2007년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캐나다 정부는 2008년 원주민 단체에 공식 사과하고 피해자들에게 약 400억 캐나다달러(약 40조 6천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작 가톨릭교회는 사과를 거부했다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현지시각 7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퀘벡을 방문한 자리에서 “교황의 이번 방문은 원주민 피해 생존자와 이누이트, 메티스(원주민과 백인 사이의 혼혈) 피해 생존자들이 지난 봄 교황청을 찾아가 교황의 사과를 요구하는 용기와 인내가 없었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로 볼 때, 교황의 사과가 100% ‘자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고령에 신경통 등으로 ‘좋지 않은’ 건강 상태로 캐나다행을 고집했다고 하니 그의 사과의 ‘진실성’은 어느 정도 인정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원주민 기숙학교와 그곳에서 자행된 수많은 만행이 단지 프란치스코 교황 일인의 잘못만은 아닐지라도, 그의 이번 사과가 과거 가톨릭교회의 잘못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교황은 사과와 함께 “치유와 화해를 위해 희망을 품고 형제적 여행을 지속하는 데” 본인과 캐나다 가톨릭교회가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많을 것이다. 그 ‘약속의 걸음’을 부디 멈추지 말고 지속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아메리카 인디언 연설문 가운데 가장 널리 인용된다는 시애틀 추장(1786-1866)의, 1854년 수콰미쉬 족과 두와미쉬 족(둘 다 ‘강 쪽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 인디언들을 보호구역 안으로 강제로 밀어 넣기 위해 백인 관리 아이삭 스티븐스가 시애틀의 퓨젓사운드에 도착했을 때 연설문 중 일부를 전할까 한다.

 

“설령 최후의 얼굴 붉은 사람이 사라져 우리 부족에 대한 기억이 백인들 사이에 하나의 전설로 남을지라도 이 해안은 우리 부족의 보이지 않는 혼들로 가득할 것이다. 먼 훗날 당신의 아이들이 황야에서, 슈퍼마켓에서, 고속도로 위에서, 혹은 고요한 삼림 속에서 자기가 혼자라고 느낄지라도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 부족의 보이지 않는 혼들이 대지를 가득 채우고 있으므로*.”

 

*시애틀 추장 외/류시화 엮음,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더숲,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