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9시 등교제 폐지’ 전면 재검토 해야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앞선 1일 취임한 ‘주민직선’ 5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시행 정책 1호는 ‘9시 등교제 전면 자율’ 운영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도내 초중고에 ‘9시 등교’를 학교 자율로 결정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지역과 학교 특성, 학생 성장과 건강 등을 고려해 학교가 교육공동체 의견수렴을 거쳐 학교마다 등교 시간을 자율로 마련해 일과 시간을 운영하도록 안내했다는 것이다.

 

이은 6일 오전 시행한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임태희 교육감은 9시 등교 폐지 관련 질의에, “이 부분은 학교가 시간을 가지고 지역 상황을 감안해 결정하라고 자율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마치 9시 등교제를 금지하는 것처럼 자칫 오해될 수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학년별 차이, 동하절기 차별 등하교 시간 운영은 얼마든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것조차 꼭 9시에 해서, 9시에 안 하면 뭐 잘못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되는 자체가 학교 자율권을 옥죄는 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율화를 했다. (중략) 예상은 9시 등교가 가장 비중이 클 것이라고 본다. 융통성 있게 운영하고 싶은 데는 학교 사정에 따라서 운영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0교시 부활 우려는, 방과후학습, 야간자율학습까지 늘리고 이러면 그걸 금지할 거냐 말 거냐 하는데 기본적으로 학교가 학생 학부모들과 선생님들 간에 (의논)해서 우리 학교는 학교에서 공부를 좀 더 하자 대다수 학생이 원한다 그러면 그걸 억지로 금지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파장은 이어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는 이날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시 등교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이은 21일 성명을 내고 ‘9시 등교제 폐지’와 ‘특성화 고교 학과 신설’은 밀어붙이기식 교육정책으로 시행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9시 등교제는 2014년 9월 1일부터 시행됐다고 전해진다. 학생들이 충분하게 수면을 취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의 정책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아침 식사로 건강을 증진하고 화목한 가족 문화를 형성하며 적절한 수면과 휴식을 보장한다는 등의 목적이라고 한다.

 

교육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경기도 초·중·고교 2466곳 중 2436곳(98.8%)이 9시 등교제를 실시 중이라고 알려진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경기도내 초중고교 120곳을 조사한 결과 69곳은 9시 등교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초중고교 50곳은 의견수렴 과정에 있거나 논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며, 나머지 1곳만 교사 회의를 통해 8시 50분으로 등교 시간을 앞당겼고, 의견수렴 과정에 있는 초중고교 역시 9시 등교 유지 입장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교육청 학교교육과정과는 “‘9시 등교제 폐지’는 학교·학사 운영 등교시간 운영에 자율권을 확대하고 부여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라며 “교육구성원인 학교가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서 등교시간을 결정하는데, 이 등교시간 전에 교육활동을 하는지, 방과 후 교육활동을 하는지 이 부분에 일괄 해야 한다 강요 또는 정책 공문으로 안내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현직 교장은 “우리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을 그 내용과 과정, 방향과 가치에 맞추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마디로,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정책에 교육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정책이 아니고 교육과 상관없는 정치·경제 선동을, 교육을 매개로 할 뿐인 것이다 싶다. 비교육적인 정도가 아니라 반교육적이다. 교육은 경제의 도구, 학생은 경쟁 선발 도구, 교육과정은 생산효율 제고 논리와 동일, 이런 폭력적 사고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떠할까.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는 “관련 논의 자체가 없다”고 했다. 이어 “예전 ‘0교시’ 시행 때는 오전 7시에 학습이 시작되고 그러려면 집에서 6시에 일어나 나와야 한다. 전국이 ‘0교시’를 안 하고 있다. 15-20년 전 얘기를 하고 있다”며 0교시 부활 우려를 일축했다.

 

물론 근 십 년 전 잠든 0교시의 ‘부활’을 기대하는 측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학부모라든지, 학교에 속히 가기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자율적’ 실행에 기대야 할 측면이 있다고 본다. 나름의 동아리나 모둠을 조성해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문제는, 위의 6일 기자회견 내용에서 밝힌, “‘자율’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서 ‘고등학생은 잠을 덜 재우고 공부를 더 시켰으면 한다’는 뜻이라는 행간을 읽은 관리자 행정가들이 이미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등교시간을 조금 앞당기고, 하교 시간을 늘린다면 “학생들의 행복권 수호 방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자신을 경기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등교시간 자율화’를 반대한다”며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학교는 학부모들이 다니는 곳인가, 학생들이 다니는 곳인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2020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의 건강 및 생활습관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18분이며 OECD 평균보다 약 1시간이 적은 수준이다. 아직도 학생들은 수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도 9시 등교를 폐지한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의 교육을 당신의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임태희 교육감에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미 학생들은 (대체로) ‘피동적’으로 태어나, 앞서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공부)를 하고 방학 학기 중 관계없이 수개의 학원을 다니며 복장, 머리모양(색깔), 손톱길이 등에 제한을 받는다. 나아가 먹는 것, 친구 관계, 소지품을 비롯해 시선, 말투(내용), 심지어 사고(思考)까지 ‘통제’ 당한다. 졸업을 하면 대학(학과), 직장, 결혼 상대까지도 자신의 마음대로 선택하기 힘든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여기에 이제는 수면시간까지 다시 ‘규제’ 당할 상황에 있다. 학생들은 과연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