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빨대와 스트로우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수년 전 지인과 한 음료전문점에서 DT(drive through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운영 방식)로 음료 주문을 할 때였다.

“아아 하나랑 따아 하나랑 빨대 하나 주세요.”

“네?”

“빨대요.”

“아아, 스트로우(straw)요~”

잠시 후 주문 물품을 모두 받아 나오는 길에, 옆좌석의 지인은 “왜 스트로우라고 하지 않고 빨대라고 해?”라고 물었다. “스트로우가 빨대잖아”라고 답했다. 이후 명확한 반론은 없었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그래도 이런 곳에서는 스트로우(straw)가 더 적합하지 않나’하는 목소리가 어색한 침묵 속에서 들리는 듯했다.

 

영어 명칭 English의 어원은, 앵글족이 사용하던 고대영어 ‘앵글리쉬(Ænglisc)’로부터 유래한다고 전해지는데, 이 고대영어는 5세기부터 형성됐으며 르네상스를 거치며 라틴어, 그리스어 어휘를 대량 수용하다가 성서의 보급으로 널리 전파됐다고 알려졌다.

 

이어 영국인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이주하면서 사용자 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했으며 계통적으로는 인도유럽어 > 게르만어족 > 서게르만어에 속하고, A부터 Z까지 26개의 알파벳 문자로 표기하며 사용자는 대략 20억 명, 즉 세계인구의 3분의 1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공용어의 위상을 갖고 있다고 한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이 같은 영어의 위상은 기실 두말할 나위 없이 높고 대단하다. 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영어 한두 마디 못하면 그의 지적 능력이 의심받는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영어 열풍의 한 발자국 전에는 한자 병기가 위치한다. 사실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로 돼 있다. 1443년 세종대왕(25년)이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이전에는 우리말은 있었으나 이를 문자로 표현할 글이 없었다. 그러니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랜동안 남의 나라 글자인 한자로 우리말을 표기해왔다. 이두나 향찰은 그 일환이다.

 

고구려에는 372년 태학 설립 전, 백제는 근초고왕 사망(375년) 전, 신라는 법흥왕 23년 때인 536년경 한자 도입을 추정하고 있다. 더불어 신라에서 한자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경덕왕 16년인 759년경으로 보고 있으나 실상 조정의 관료나 학자 등 지식인들은 한자와 한문을 자유롭게 구사해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뿌리 깊은 한자는 2016년 10월 당시 교육부 장관의 “한자 병기” 발언에 의해 그 명맥이 유지되는 듯싶었으나 2018년 1월 교육부는 해당 정책을 “사교육 열풍 우려”를 이유로 폐기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동음이의어나 다의어의 경우에는 여전히 한글에서 한자 표기는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라 할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할 수 있다. 영어는 인터넷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로서 인터넷 소사이어티(internet society)가 1997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인터넷에 저장돼 있는 정보의 84%가 영어로 돼 있었다*.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했고 2008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학계에서는 전해지며 영어 조기교육, 입시교육, 취업 영어교육, 진급 영어 교육 등 이미 우리 사회에 다양한 사교육 영어 시장이 강세를 이루고 있다.

 

기업은 직원을 선발할 때 영어를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으로 요구하며 대학에서 교수 채용에서도 영어강의 능력을 중시한다고 한다. 이제 영어는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삶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상황에 이러함에도 영어가 한국 직장 사회에서 얼마만큼 사용되고 있는지 연구는 드문 편이라 한다.

 

직장 생활 속에서 영어 사용 유형은 크게 이해, 쓰기, 말하기 영역으로 나뉘는데 업무상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영역은 이해이고 그 다음이 쓰기, 다음이 말하기라고 한다. 그러니까 영문 자료나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가장 많이 쓰이고 그 다음으로 외국인과 편지, 팩스, 전자우편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 다음은 외국인과 전화로 비즈니스 통화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일반적으로 다음의 것들이라 볼 수 있다. 첫째 외국 친구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 둘째 원어민과 유사한 발음으로 읽는 것, 셋째 영어소설이나 신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 등이다. 이를 위해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는 독해 책들을 해석하기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읽는 영어책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사회인 현대에서, 영어는 불가결의 필수 요소임에 분명하다. 다만, 우려되는 바는 영어를 단지 자기과시나 그저 현학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마치 예전 어렵고 생소한 용어나 개념을 활용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뽐냈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런 용어의 경우는 사전이나 관련 서적을 찾아보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증명을 위해 다음 문장부터 영어와 한자를 위주로 사용해 보기로 한다.

 

우리 事會에서 英語 活用能力의 重要性은 누구나 仁智하고 있는 事實이다. 그렇기에 學生들은 물론 職場人들도 英語工夫에 熱中하고 있다. 이를 위해 english academy registration은 물론이며 english early education까지도 mobilization되고 있다.

 

위에 사용한 한자와 영어는 모두 사전을 찾거나 한글 파일에서 변환한 것에 불과하다. 이는 글자를 알고 해독할 수 있으면 4-5세 유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의 일이다. 단지 이러한 단어를 굳이 ‘일상생활에서까지’ 드러내며 엄연히 맞는 표현인 ‘빨대’가 ‘straw’로 재탄생해야 하는 작금의 우리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하지 않을까.

 

*박혜선, 정보라 “한국 직장인의 영어사용 사례연구”, 언어과학연구 제37집, 2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