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식은 인간으로서 최소한 도리”

월간 <비건> 이향재 대표

채식으로 식량부족 기아문제 상당 부분 해결 가능
전 세계 인구 육류 1/3 줄이면 식량부족 완벽해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험 청년세대 채식주의자 늘어
가축 대량사육으로 삼림지역 개간 지구 허파 잃어가
양식장 사료찌꺼기 분뇨 바다 썩게하고 생물종 줄게 해
채식하면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생명체에 관심과 사랑
채식으로 먹는 양 줄고 부지런해진 자신 발견하는 기쁨 

“채식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옳은 일이며 바른 삶을 사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월간 <비건> 이향재 대표가 한 말이다. 한때 잘나가던 광고 회사 AE(Account Executive 광고회사나 홍보대행사에서 고객사와 커뮤니케이션 담당하고 고객사 광고 홍보 계획 수립하고 광고 홍보활동 지휘하는 사람)이자 왕성한 융식주의자였던 그녀가 어느날 반려묘를 만나며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그 이후 그녀의 인생은 지구를 사랑하는 일과 기아 문제 생명사랑 채식 위주로 변화했다. 짧은 시간에 사용목적에 맞게 키워져 도살당한 동물들의 생명권, 등푸른 생선에 함유됐다는 오메가3는 해초류에 더 많으며 생선보다 직접 해조류를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곰국의 칼슘이 몸에 흡수가 안 되듯 생선 칼슘도 인체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실상 영양분보다 오염물질을 더 많은 것이 생선이라는 것이다.

비건(vegan 완전채식주의자) 9년차 이향재 대표가 소개하는 육식의 실상과 채식의 신세계로 함께 들어가 보자.


▲ 월간 <비건> 이향재 대표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반려묘 ‘주원’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원이는 올해 1월 무지개다리를 건넜으며 그렇기에 그녀에게 더욱 소중한 존재로 기억된다. 한때 잘나가던 AE이자 왕성한 육식주의자였던 그녀는 이제 채식 생명사랑 착한소비 등의 메시지를 전하는 채식 문화잡지 월간 <비건>의 대표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며 지구를 덜 망가뜨리는 실천방법의 하나로 채식을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준비가 돼 있다는 그녀다.

■ 월간 비건 창립 계기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대표님께서도 비건이신지 궁금합니다.
- 네 9년차 비건입니다.
대기업 호텔 등에서 홍보를 했고 광고 디자인 대행사에서 프로젝트 잘 따내는 AE로 남들 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이틀만 고기를 안 먹으면 코에서 고기 냄새가 나서 마트로 달려가 살코기를 끊어다 구워 먹어야 기운이 나던 열렬한 육식 애호가였던 과거가 있습니다. 9년 전 우연히 키우게 된 고양이 한 마리가 삶의 방식을 180도 바꿔 놓았습니다. 소중한 생명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의 노력이 채식이라고 판단해 비건이 됐고 채식, 생명사랑, 착한소비 등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채식 문화잡지 월간 <비건>을 창간했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소중하며 아름다운 지구를 조금이라도 덜 망가뜨리는 실천방법의 하나로 채식을 알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 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월간 <비건>은 채식 생명사랑 환경보호 착한소비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월간지입니다. 채식을 통해 환경과 동물을 보호하고 덜 쓰고 덜 버리는 착한 소비활동 등으로 환경파괴와 훼손을 최대한 늦춰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 월간 비건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안은 무엇이며 지향하는 바를 듣고 싶습니다.
- 월간비건은 Vegan(완전채식)과 소리는 같고 뜻은 begin의 과거완료형입니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이미 채식을 시작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즉 채식이 어렵고 까다로운 일부의 음식문화가 아닌 생활에서 누구나 실천해나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비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채식과 건강한(정직한) 먹거리, 생명사랑, 환경보호, 착한 소비인데 이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비건을 통해 우리 국민이 조금씩이라도 육식을 줄이고 생명을 사랑하며 착한 소비를 통해 지구가 망가지는 속도를 조금씩이라도 늦춰지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매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 아직 비건(채식 및 채식주의자)은 한국 사회에서 용인되기 힘든 부분입니다. 관련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 못 먹고 살던 과거의 기억 때문인지 먹는 것에 유난히 집착하고 또 먹거리는 풍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육식문화가 걱정될 정도로 권장되고 발달해서 고기가 안 들어간 음식은 음식취급조차 안 하는 풍토입니다. 그러니 채식은 건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식생활로 생각합니다. 이 추세는 아마도 한참 동안 지속될 겁니다.
과다한 육식과 운동부족, 성인병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하는 중장년층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등 우리가 지금 겪는 육식문화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치러내고 있는 선진국에서 공부하고 살다온 또는 그 문화를 경험한 청년세대에서 채식을 라이프 스타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채식이 건강 및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입니까.
- 채식에 건강에 이롭다는 건 다 아는 얘기니 생략하고 과도한 육식 때문에 각종 동물의 공장식 축산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대부분 아는 얘기일 것입니다. 식량부족과 기아 문제도 채식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다들 좀 놀라실 겁니다. 전 세계 인구가 지금 먹고 있는 육류의 1/3만 줄이면 식량부족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곡물을 공장에서 키워지는 가축들에게 공급됩니다. 또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자동차의 매연이 아니라 가축들이 내뿜는 방귀와 분뇨 가스 때문입니다. 가축 분뇨 등 오염물질은 고기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키우는 공장식 사육 때문에 벌어지는 일, 가축을 대량사육하기 위해서는 초지는 물론 사료원료인 옥수수와 밀 등이 대량 재배되고 삼림지역이 마구 개간돼 농지로 바뀌면서 지구는 허파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고기를 덜 먹으면 대량사육이 줄어들고 환경파괴 속도가 느려질 것이며 당연히 사료용으로 경작되는 GMO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 것이고 환경오염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생선도 마찬가지로 해양생태계 오염의 주원인으로 양식장 물고기가 먹고 남긴 사료 찌꺼기와 분뇨가 대량으로 생겨나 바다를 썩게 만들고 아스피린 등의 약품, 성장촉진제, 농약 등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뿌려지면서 바닷속 생물들이 씨가 말라갑니다. 바다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은 불가지론이겠지요.

■ 채식 메뉴 가운데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음식과 간단한 레시피 소개 부탁드립니다.
- 계란간장밥을 즐겨 드셨던 분들에게 아보카도 간장밥을 추천드립니다. 밥 위에 잘 익은 아보카도 하나와 맛있는 한식 간장 한 스푼을 넣어서 열심히 비비고 참기름을 한 방울 뿌리면 완성입니다.

■ 채식에 관심이 있거나 채식을 시작하려 하는 독자께 쉽게 이행할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 우선 붉은 색을 가진 육류 즉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오리고기를 안 먹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는 고기를 완전히 끊기 어려우면 양을 줄이면서 마블링 없는 것을 골라 먹는 거죠. 입에서 맛있게 느껴지는 마블링은 포화지방산 덩어리인 기름덩이이며 먹이로 풀이 아닌 GMO 옥수수가 대부분인 조제 사료를 먹고 공장식 사육시스템에서 학대받으며 컸다는 증거입니다. 그래도 어려우면 밀고기나 콩고기로 대체해도 무방합니다.
다음은 닭고기를 끊습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안 먹기 어려운 것이 닭고기입니다. 국민간식 프라이드 치킨이며 여름 보양식 삼계탕까지. 닭도 공산품처럼 태어나고 짧은 시간에 사용목적에 맞게 키워져 도살당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육류를 끊는 것은 성공했다 해도 각종 양념과 소스에 들어가 있는 육류 부산물들이 남아 있습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과 가공식품에는 거의 다 들어 있다고 보고 덜 사먹는 수밖에 없겠지요.
다음으로 해산물을 끊을 차례입니다. 참치, 고등어, 멸치 등 우리가 자주 먹는 해산물에 단백질과 칼슘, 오메가3 까지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권장되는 게 생선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등푸른 생선에 들어 있다는 오메가3는 원래 해초류에 많이 들어 있는데 이를 먹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자란 큰 물고기에 오메가3가 많이 들어 있단 얘기인데 오메가3가 필요하면 직접 해조류를 먹는 게 효과적이고 곰국의 칼슘이 몸에 흡수가 안 되듯 생선 속 칼슘도 인체에 큰 도움이 안 됩니다. 영양분보다는 오염물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생선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양식 생선이 대부분으로 그들도 곡물사료와 아스피린 농약을 먹고 자랍니다.
다음은 유유와 계란입니다. 우유가 사람 몸에 맞지 않는 식품이라는 건 웬만한 분들은 다 알 테니 생략하고 달걀도 먹어서 얻는 영양소보다는 잃는 게 더 많은 식품입니다. 이 두 가지도 식품첨가물로 많아 사용되므로 외식이나 가공식품 구입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입맛 당기는 빵에는 우유와 버터, 달걀이 들어가 있는 게 대부분이니 성분을 잘 살펴보고 구입해 먹어야 하겠습니다.
고기 대신 버섯과 다시마를 많이 이용하고 이름도 낯선 새로운 채소에도 관심 가져보세요. 특히 젓갈 넣지 않고 담근 김치도 발효에 문제없고 물러지지 않아 싱싱하게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쌀은 당연히 현미 위주로 하시고 빵 좋아하시는 분들은 흰밀가루, 흰설탕 들어간 건 절대 안 됩니다. 거칠어도 구수한 통밀발효 빵 찾아 사드시고 직접 만들어 보세요. 요리, 특히 채식요리의 세계는 너무도 무궁무진한 신세계입니다.

■ 사무실에 반려묘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 친구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 사무실에 총 네 마리의 반려묘가 살고 있어요. 금동이, 시원이, 블랑, 포노포노입니다.
올 1월 18일까지만 해도 5마리였는데 잘 생기고 너무도 멋진 주원이(뱅갈 8살)를 의료사고로 허망하게 무지개다리 건너보내고 4마리와 삽니다. 막내 포노포노만 여자 애기인데 이 녀석은 후지(뒷다리)마비로 걷지를 못하고 방광이 안 좋아 쉬를 계속 싸기 때문에 24시간 붙어 있어야 합니다. 포노포노 말고는 3마리 모두 첨부터 비건 사료 먹고 간식도 낫또, 김, 느타리버섯 같은 것 먹여 키우는데 너무 건강합니다.

■ 이 외에 와이뉴스 독자께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 ‘채식은 옳다’고 말하는 데는 이유들이 많습니다. 첫째는 채식을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배추 무 시금치 당근 감자 고구마 정도만 알아보던 눈이 수십 가지의 채소들을 눈여겨보고 각각이 가진 모양과 향기를 구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길가의 잡초나 들꽃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고 그냥 지나치던 가로수도 올려다보게 되고 시든 화분에 물도 주게 됩니다.
두 번째 솔직히 채소는 그동안 먹어온 고기에 비하면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고기 대신 챙겨 먹어야 한다는 콩과 두부도 마찬가지일 수 있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런저런 조리법을 연구하게 됩니다. 집에서 음식 만들면서 MSG나 식품첨가물을 넣진 않으니 점점 다양하면서도 건강한 식탁으로 바뀌고 밖에서 채식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니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세 번째 채식 위주 식사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먹는 양이 줄어듭니다. 그러다 보니 적게 먹고 적게 쓰고 적게 버리고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같은 건 안 사고 안 쓰게 됩니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전보다 소박하고 부지런해졌다는 걸 느끼게 될 것입니다.
네 번째 동물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소나 돼지 닭들이 어떻게 키워지고 어떤 가공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방부제와 식품첨가물을 뒤집어쓰고 내 밥상까지 올라왔는지를 말이죠. 살아 있는 생명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오로지 빨리 커서 사람에게 맛있게 먹히기 위해 생산되고 도살됩니다. 물고기도 마찬가지죠. 사람과 같은 반열에 놓자는 게 아니라 사람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약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돌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 종교의 교리와도 맞는 것이죠.

채식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옳은 일이며 바른 삶을 사는 방식의 하나입니다.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