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본주의와 상품(商品)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생산 수단 사유제를 통해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생산이 행해지는 경제체제를 자본주의(資本主義)라고 한다. 서양에서 자본주의 이전 체제를 봉건주의라고 하겠는데 봉건주의는 주군이 내린 토지를 매개로 군사와 조세에의 충성이 이뤄지던 체계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일부 계몽주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보기에 불합리한 과거의 관습이나 사회현상’ 전부를 봉건제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요약하자면, 인류역사에서 현재까지 ‘발전된’ 경제체제의 한 형태가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생활의 물질적 기초를 생산하고 또 재생산하는 과정이 자본제적 생산이라는 독자형태로 이뤄지는 사회이며, 기업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자본투자를 하는 사회로도 본다고 한다. 해당 견해에 따르면 이미 15, 16세기에 중상주의 시대부터를 상업자본주의 시대로 부른다고.

 

자본주의의 또 하나의 개념은 자본제 생산양식에 시각을 맞춘다는 것이다. 생산과정에서 부가가치 형태로 이윤을 창출해 내는 기업이 사회적 생산의 주류를 이루는 기업사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따라서 자본주의 생산조직은 자본주의 원칙에 따르며, 누가 어떠한 상품을 생산하든 국가, 그 외 어떤 단체도 간섭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도 전개된다.*

 

잠시 철학자들의 사료(思料)를 살펴 본다. 들뢰즈와 과타리(프랑스 철학자)에 따르면 사회적 생산에서 욕망은 핵심적 흐름이며 정치성이 내재돼 있다고 한다. 인간과 관련된 사회·문화, 이미지 등은 모두 욕망의 효과들이자 생산물이며 (중략) 욕망의 흐름은 일정한 실존 형식이 없으며 욕망은 자연과 삶의 모든 과정에 있는 생명의 접속으로 생산되는 창조적 주체다. 창조적 주체로서 욕망은 현실계에 종속되면서 보편적 진리로 공리화되지만 또다시 억압이나 상실, 부정 등을 경험하게 되면서 이것을 충족하기 위한 필요성이 또 다른 욕망을 생산하는 역-생산물이다. (중략) 필요성에 의해 생산되는 욕망의 특성을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이 자본주의이다.**

 

이에 따라 현대사회 아주 많은 것이 상품화된다. 오히려 상품화되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더 힘들 정도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사회 영역에서의 거대 자본의 영향력은 거론하는 것이 외려 입 아플 정도로 막강하다. 대학은 산업화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복제 불가능하며 일견 성스럽게까지 여겨졌던 인간의 신체나 생명(대리모)도 상품처럼 취급되는 실정이라 할 것이다. 

 

한 현자는 “그럼에도, 인간 사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가장 유용한 것에 자본만한 것이 없다”고 설파한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자본을 제외하고 그 어떤 수단으로 거래되는 것의 진정 가치평가가 가능하겠는가. 그 본질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엔 중세 신(神) 중심 시대로 회귀할 뿐”이라고 했다.

 

여기서 등장할 만한 용어가 바로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제시한 ‘보이지 않는 손’이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란 아담 스미스가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가격의 자원 배분 기능을 비유한 표현으로, 자유방임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가격은 생산 자원이 경제의 여러 부문에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신호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품의 공급량에 비해 수요량이 크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생산자원이 더 많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반대로 수요량이 공급량에 비해 작을 경우에는 가격이 하락하고, 생산자원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가격형성에 국가나 여타 작용 없이 자유시장 체제 내에서 가격형성이 이뤄진다고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동시에 생산자일)의 취향이나 필요 범위 밖의 상품(商品)은 자연스럽게 도태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종합하자면, 인간의 욕망에 따라 시장에 상품이 등장하고 이는 외부의 간섭이나 압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가격 형성 등을 통해 그 필요가 결정된다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그 어떤 소비재라 할지라도 말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정진경, “광고시°에서의 자본주의 영토적 재현의 욕망적 생산”, 인문사회과학연구 제24권 제3호,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2023.8. 5-7쪽.

°광고시: 광고를 시적 소재나 주제로 활용하거나 담론화하는 것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