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맨(Superman) 이보드레 57x37cm MDF판에 핫멜트 콜라주 2018.
- 큐레이터 황은희
1932년 미국의 10대 소년 제리 시겔(Jerry Siegel)은 '지구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남자' 구상을 하게 된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동료인 조 슈스터(Joe Shuster)가 구체화해 가슴에 알파벳 S를 크게 그린 최고의 영웅 '슈퍼맨'이 탄생한다.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은 슈퍼맨의 형상을 띄고 있다. 신화적 상상과 캐릭터의 특성을 가지고 탄생한 '슈퍼맨'은 시대가 요구하는 만능가능주의의 캐릭터로 대변됐다.
여기서 슈퍼맨은 남자를 뜻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위치, 경제력, 조직과 가정 내에서의 역할을 모두 구현해야만 하는 모든 현대인들을 의미한다. 우리 개개인이 마치 슈퍼맨과 같은 삶을 살아가도록 강요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이를 정의해 보자는 것이다.
슈퍼맨포즈를 취하며 하늘을 날고 있는 작품 속 인물의 표정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이 느껴진다. 현대인을 대표하는 이 '슈퍼맨'은 겉으로는 멋지게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삶 속에서의 애매한 어려움, 커져만 가는 근심과 걱정, 괜찮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의해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삶의 여유를 즉,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살았던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공감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작품에 투영되고 그 상태는 곧 우리의 마음 상태로 해석되고 받아 들여지게 된다. 이로써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순간적인 위로를 받게 된다. 이 위로의 과정 또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예술성이며 작가의 의도다.
또 작가는 더 나아가 '관람객들의 슈퍼맨'이 하늘을 날아 가면서도 아래를 바라 보기도 하고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진정한 삶의 히어로가 되기를 바란다. 관람객들로 하여금 휴식(休息)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휴식(休息)이라는 한자의 파자풀이를 보면 사람이 나무에 기대서 자기 마음을 되돌아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을 의미한다.
삶의 바쁨 속에서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들과 마음을 돌아보기를 바라며 작품을 통해 몸의 쉼, 더 나아가 마음의 쉼을 얻기를 바란다. 푸른 녹음의 계절,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삶의 여유를 만끽하는 쉼을 선사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