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행복하세요’를 풀어주자

 - 이영주 편집국장 

 

[와이뉴스] 2023 계묘년(癸卯年)이 밝아오면서,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새해를 맞는 덕담(德談)을 주고받는 것이 통례다. 평소 본인의 감사를 표하거나, 인사를 해야 할 때 주로 전하는 메시지가 ‘건강과 행복’이다. 해서, ‘2023년 한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말을 전하기도 한다. 문법상으로는 ‘건강(健康)하다’와 ‘행복(幸福)하다’는 모두 형용사로 앞의 형태는 비문(非文)이다.

 

국립국어원은 “‘행복하세요’와 같은 표현이 아주 자연스러운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행복하게 지내세요’, ‘행복해지세요’처럼 쓰는 것을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고 권고하고 있다.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를 일컬으며,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낸다.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특성은 ‘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 -는-/-ㄴ-, 명령형 어미(語尾) -어라 청유형 어미 -자, 의도를 뜻하는 -려 목적을 뜻하는 어미 -러 결합 여부’ 등이다.

 

예를 들어 ‘아름답다’는 형용사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아름답는/ 아름답어라 / 아름답자 / 아름다우려’는 어색한 표현이 된다. 다만, 현재시제 선어말 어미 ‘-는-’의 경우 ‘있다’는 예외가 된다. ‘있는’이 있기 때문이다. ‘있다’는 동사(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의 의미와 형용사(사람, 동물, 물체 따위가 실제로 존재하는 상태이다)의 의미가 공존한다.

 

이러한 문법적 논란을 피하려면 ‘행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합니다), 행복을 바랍니다’ 등의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문장이 약간 길어지며,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인 ‘행복’과 이를 바라는 표현인 용언(用言)의 간격이 다소 벌어지는 현상도 생기게 된다.

 

언어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장면炸醬麵’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는 외래어로, 된소리를 적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자장면’만을 바른 외래어 표기로 보았으나,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짜장면’으로 표기하는 관행이 널리 자리 잡고 있어 2011년 8월 31일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했다. 이와 더불어 ‘맨날(만날)’, ‘~길래(~기에)’ 등을 포함한 39개 단어가 복수 표준어로 인용됐다.

 

언어(言語)는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음성 문자 몸짓 등의 수단 또는 그 사회관습적 체계로, 한 나라의 언어에는 공통된 언어규범을 사용하는 언중(言衆)의 활용 관례가 적극 수용돼 있다 보아야 할 것이다. ‘행복하세요’는 틀린 표현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의도는 상대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빌어주는 표지(標識)로서의 전형적 기능이 이미 탑재돼 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일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하면서, 이제는 ‘행복하세요’를 ‘문법적 합법’의 표면으로 올려보내 주는 것은 어떨까, 물론 언중의 뜻이 그러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