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은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백남준의 대형 미디어 작업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도전이 지니는 한계 없는 즐거움을 보여주는 전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 <시스틴 성당>, 1995년 독일 교회에서 열린 전시 《바로크 레이저》 등 비디오와 레이저로 만들어진 백남준식 몰입의 공간을 다시 관객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감각과 감동을 선사

[와이뉴스] 

■ 전시개요

전 시 명 : 《바로크 백남준》

전시기간 : 2022. 7. 20. ~ 2023. 1. 24.

전시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

기 획 :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참여작가 : 백남준

주최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후 원 : 갤러리아, 두나무

협 찬 : 노루페인트

 

 

■ 전시개막행사

창 작 극 :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공동제작 : 극단 햇

기 간 : 2022. 7. 20. 오후 3시 (전석초대) / 2022. 7. 21. ~ 7. 24. 오후 6시 (인터파크 예매)

장 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랜덤 액세스 홀

창작출연 : 황석정

창작연출 : 이인수

 

축하파티 :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

일 시 : 2022. 7. 20. 오후 6시 20분

장 소 : 백남준아트센터 야외무대

출 연 : 최영, 효도앤베이스, HWI, THSS

 

 

■ 전시소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오는 7월 20일부터 2023년 1월 24일까지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전 《바로크 백남준》을 개최한다. 백남준의 90번째 생일에 개막하는 《바로크 백남준》은 그동안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대규모의 미디어 설치작업과 레이저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바로크 백남준》은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비디오와 빛으로 가득 찬 백남준의 영광스런 (옛) 설치작품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서 기획되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널리 알려져 있는 데 비해, 대규모 미디어 설치 작업은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러나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여 프로젝터를 40여 대 사용하는 대규모 미디어 작품 <시스틴 성당>을 설치하여 사람들에게 큰 놀라움을 주었다. 1995년에는 독일의 한 교회 전체에 대규모 프로젝션과 레이저를 설치하는 작품인 <바로크 레이저>를 선보였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작품이 구현되었던 그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시스틴 성당>은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 파빌리온의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 그리고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바로크 레이저>는 독일 뮌스터 외곽에 있는 한적하고 자그마한 교회에서 모든 창문을 닫고 연출한 캄캄한 공간 속에서 연출되었다.

 

백남준이 1998년 프랑크푸르트 현대 미술관에서 처음 선보인 <촛불 하나>는 초를 촬영하고 5대의 프로젝터를 사용하여 색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실시간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당시 이 작품은 무게가 무려 80kg에 달하는 삼관식 프로젝터의 구조를 변형하여 구현되었다. 이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린 삼관식 프로젝터는 영상신호를 적색, 녹색, 청색 세 개의 브라운관에서 증폭하여 이를 투사 렌즈를 통해 스크린에 맺히게 하는 빔 프로젝터를 말한다. 이 오래된 기계는 영상의 검은색을 표현하는 데 탁월하지만 해상도가 낮다. 그러나 낮은 해상도는 오히려 영상의 미세한 디테일을 부드럽게 표현하여 백남준의 아날로그 영상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준다.

 

《바로크 백남준》전에서는 백남준이 아날로그 비디오를 물질적 공간에 직접 투사하여 만들었던 시공간적 경험을 특별히 ‘아날로그 몰입’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늘날 초고해상도의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나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으로 만들어지는 (완벽하지만 납작한) 디지털 몰입과는 다른 종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백남준이 만들었던 아날로그 몰입은 특정한 공간 안에서 훨씬 더 강력해진다. <시스틴 성당>은 흡사 디스코장을 연상시키는 아찔한 소음 속에서, <바로크 레이저>는 우리를 이끄는 레이저 빛을 따라 바로크식 커다란 돔 아래에서 관람해야 한다. 관객이 작품 안에 들어서면, 비디오 투사와 건축공간의 임의적 조합이 만들어져 그 순간 거기에 존재하는 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완벽한 시공간을 만든다. 이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의 조합이어서 완벽하게 복제하거나 반복할 수 없는 퍼포먼스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건축, 회화, 조각, 음악, 춤 등 모든 예술매체의 이상적인 상호작용을 추구하여 빛으로 상징되는 통치 질서를 드러내고자 했던 바로크식 종합예술과 닮아 있다.

 

 

백남준의 빛은 촛불에서 시작하여 텔레비전과 비디오그리고 마침내 레이저에 다다른다백남준에게 레이저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정보와 빛의 전달 매체이며 기술과 예술의 끝없는 가능성을 의미한다레이저비디오와 텔레비전브라운관과 자석촛불과 달이런 기술들은 백남준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백남준은 이러한 기술들을 한데 섞어 흐르는 시간에 훼방을 놓았다. 덕분에 우리는 미래뿐 아니라 과거, 그리고 수많은 종류의 과거 속에서도 살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가끔 현재에도 살 수 있다! 우리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다.

 

 

■ 주요 작품 소개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사진 첨부)

백남준은 1995년 독일의 바로크 건축가 요한 슐라운의 탄생 3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로 하고, 그 장소로 슐라운이 건축한 로레토 교회를 선택했다. 백남준은 그 당시에 순례자들을 위한 교회로 쓰이고 있는 교회의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바로크 레이저》가 내용과 미학적 측면 모두 '바로크라는 주어진 건축적, 역사적, 종교적 맥락'을 따라가도록 했다. 따라서 백남준은 교회의 모든 창문을 닫아 빛이 넘치던 예배당을 어둡게 만들고 조용한 침묵 속에서 레이저와 비디오 프로젝션을 감상하도록 했다. 이 전시의 백미는 백남준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로크식 중앙 돔을 가로지르는 레이저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백남준은 두 손으로 레이저 불빛을 모으다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처럼 레이저에 손가락 끝을 맞추기도 했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해 담뱃불을 붙이고 담배연기를 만들어 레이저가 공간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바로크 레이저》의 핵심은 홀로그램에 가까운 3차원 이미지를 영사하는 장치로서 레이저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었다. 백남준은 성소 앞에 거즈로 된 커튼을 드리우고 레이저 프로젝터로 머스 커닝햄이 춤추는 비디오를 RGB 세 가지 색으로 투사하여, 마치 홀로그램처럼 성소 주변을 맴도는 삼차원의 공간감을 연출했다. 《바로크 레이저》의 또 다른 중심은 빛이다. 백남준은 붉은 레이저 광선으로 촛불이라는 과거의 자연 빛과 현재의 빛인 비디오 그리고 미래의 빛인 레이저를 연결시켰다. 빛을 내는 다양한 기술들이 서로 대화하는 가운데 우리는 바로크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가진 다양한 시간성을 여행하게 된다.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이하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제작한 <《바로크 레이저》에 대한 경의>는 레이저의 예술적 잠재력을 실험하고자 했던 《바로크 레이저》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자 제작되었다. 이 작업을 위해 백남준의 테크니션이었던 이정성과 미디어아티스트 홍민기, 강신대, 그리고 레이저아티스트 윤제호 등이 협업하였고, 건축가 최장원이 구조물 설계를 맡았다.

 

 

2. 비디오 샹들리에 No.1(사진 첨부)

“샹들리에”의 어원은 촛대를 상징하는 라틴어 칸델라브룸(candelabrum)에서 유래되었다. 샹들리에는 보통 빛을 내는 초를 여러 개 세우고 주변으로 크리스탈과 같은 반짝이는 장식을 달아서 주위에 빛을 아름답게 퍼뜨린다. 따라서 샹들리에는 공간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며, 그 자체로 부와 성취, 그리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 백남준의 첫 번째 샹들리에는 흑백텔레비전을 촛불 삼아 이미지와 빛을 내고, 늘어뜨린 전선과 작은 LED 전구로 텔레비전을 장식한 것으로, 미디어로 인해 달라진 우리의 공간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백남준이 <비디오 샹들리에 No.1>에서 최신 기술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영상들을 재생시키면서 당시 구소련에서 생산된 텔레스타 흑백 CRT 모니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 모델은 비록 흑백이었지만 그 당시로는 획기적인 무선 휴대용 텔레비전이었다. 백남준은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텔레비전으로 샹들리에를 만들어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는 그래픽 이미지를 보여주며, 더 이상 공간에 구속되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비디오 샹들리에 No.1>은 우리에게 흑백텔레비전 속 오래된 영상과 매체의 아름다움으로 먼저 다가오는 한편 촛불을 밝히는 과거의 기술로부터 무선 통신의 최신 기술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넘나드는 백남준의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3. 촛불 하나

<촛불 하나>는 초를 하나 밝히고 그것을 카메라로 찍은 뒤 이것을 다시 여러 대의 삼관식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벽에 투사하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주변의 공기를 따라 움직이는 촛불의 불꽃을 촬영하여 영상 신호를 실시간으로 프로젝터로 보내고, 프로젝터는 비물질적이고 전자적인 이미지를 벽에 투사한다. 그러나 벽에 투사되는 이미지는 빛의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색으로 번진다. 이것은 1990년대에 주로 사용되었던 삼관식 프로젝터 혹은 CRT 프로젝터의 기술적 특징 때문이다. 삼관식 프로젝터는 RGB 세 가지 색의 브라운관을 통해 각각의 화면을 만든 뒤 이를 합쳐서 내보내는 방식인데, 백남준은 이 부분을 조작하여 각각의 브라운관에서 투사되는 이미지가 완전히 합쳐지지 못하게 했다. 따라서 영상은 RGB가 분리된 상태로 투사되어, 각각의 튜브에서 나오는 빛이 겹치는 부분만 빛이 혼합되어 노란색, 청록색, 보라색 등의 다채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관람객들은 백남준이 해킹한 기술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미지와 실재가 동기화되어 자연의 빛과 인공적인 빛이 같은 시간에 발생하고 공존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백남준은 ‘촛불 하나’라는 제목을 통해, 이 모든 환경이 과거의 기술과 자연을 상징하는 하나의 촛불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한편 이제는 이 빛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기술 미디어의 능력과 비디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촛불 하나›는 내가 촛불과 TV 프로젝션을 섞어서 만든 첫 작품이다. 초의 그림자는 언제나 매우 시적이다... 특히 그 불꽃은 영원하다. 우리가 천 년 된 옛날 기술의 아름다움조차 전자적으로 증폭할 수 있을까?” (백남준, 1988)

 

 

 

4. 삼원소: 원, 삼각형, 사각형

<삼원소>는 1997년부터 3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백남준의 세 가지 레이저 작품 <원>, <사각형>, <삼각형>을 합쳐서 일컫는 말이다. 1995년 무렵부터 구겐하임 전시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이 레이저를 이용해 ‘천지인’의 사상을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종종 밝힌 것으로 보아 이 세 가지 기하학적 도형이 한국 전통문화에서 천지인을 나타내곤 하는 ‘원방각(圓方角)’임을 짐작하게 한다. <삼원소>는 각각 원형, 사각형, 삼각형 모양의 목재 틀에 거울들이 달린 상자 구조 밑에 레이저를 비롯한 기술적 구성품을 설치했다. 앞면은 한쪽이 유리창인 거울이어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색깔 있는 레이저 광선을 비추고, 이 빛은 전압으로 속도가 조절되는 DC 모터에 의해 회전하는 프리즘에 투사된다. 빛의 삼원색인 빨강·파랑·초록의 레이저가 프리즘에 의해 굴절·분산되고 거울에 의해 반사된다. 계속 회전하는 프리즘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매번 다른 각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레이저 광선은 한정된 공간을 무한한 깊이의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백남준은 레이저 작업의 시기를 “포스트 비디오”라 칭하였다. 무엇보다 빛에 천착하였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가 비디오 이후를 고민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매체 감각을 찾아 레이저로 확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해 근본적으로 변화해 온 시간과 공간이라는 개념을 레이저가 다시 한 번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환상적인 레이저의 색채를 밀폐된 공간에 가두어 놓고 [...] 무한공간과는 달리 제한된 공간에서 레이저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무늬가 진정한 레이저 예술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 과정에서 레이저를 삼각형, 원형, 사각형에 가두었을 때 어떻게 다른지 각각 실험해 본 것이다.” (백남준, 2000)

 

 

5. 촛불 TV

<촛불 TV>는 오래된 텔레비전의 내부를 비우고 대신 그 안에 초를 하나 밝혀 놓은 작품이다. 일반적인 전자 기계는 복잡한 기술을 블랙박스 속에 숨겨서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할 수도, 접근할 수도 없게 만들지만, 백남준은 오히려 기술 구조를 밖으로 드러내어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도록 했다. 이러한 명징한 구조와 더불어 <촛불 TV>는 촛불이 가진 상징성이 기술과 대비되는 강렬한 시적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빛과 어두움, 명상과 기술, 촛불이 지닌 신성함과 대중문화의 세속성 사이의 긴장과 대립이 연출된다. <촛불 TV>는 텔레비전의 전기적 빛을 물질을 태워서 빛을 만드는 촛불로 대체하여 텔레비전의 전자적이고 비물질적인 속성을 역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텔레비전의 전원을 올리는 대신 촛불이 다 타면 사람이 새 것으로 교체하여 다시 불을 밝혀주어야 한다. 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이 오래된 기술인 촛불에 의해 대체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기술의 본질을 밝혀 준다.

 

“<촛불 TV>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자면 절대로 고장 나지 않는 TV예요. 자꾸 부서지는 옛날 음극선관 텔레비전과 달리 절대 망가지지 않는 텔레비전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건 정전 중에도 볼 수 있어요.” (백남준, 1988)

 

 

6. 시스틴 성당

<시스틴 성당>은 백남준이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던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전시되었다. 백남준은 천장이 높은 독일관의 가운데에 비계를 쌓아올리고 프로젝터를 매달아 영상이 벽으로 투사되도록 했다. 이 구조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틴 성당의 벽화를 20미터 높이의 비계 위에서 그렸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비계 위에서 고통스럽게 벽화를 그렸던 화가의 역할이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투사하는 수많은 기계들로 대체된 것이다. <시스틴 성당>은 물고기 떼와 성조기, 요셉 보이스 등의 다양한 영상이 무작위로 재생되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백남준은 다양한 비디오 푸티지로 구성된 4채널 영상의 위치를 계속 바꾸었다. 이를 통해 백남준은 무질서한 이미지를 바이러스처럼 엄청나게 증식시키고 불변의 건축 공간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장식했다. 따라서 관객들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쏟아지는 영상과 사운드에 파묻히고 만다. <시스틴 성당>에서 경험하는 감각은 오늘날 현실을 완벽하게 복제하여 스크린 표면에 덧입혀 연출하는 디지털 몰입과 다르다. 디지털 몰입이 마치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면, ‹시스틴 성당›은 우리의 감각을 복잡하게 뒤흔들고 내러티브의 질서를 깨뜨려 우리를 각성시킨다. 이것은 디지털화된 데이터로 환원하거나 반복하여 재생할 수 없는 퍼포먼스이며, 그 순간 거기에 존재하는 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실존적인 시간과 공간이다.

“전자 초고속도로는 복합적 정보가 압축된, 광대역 통신이다 – 원한다면 전자 섹스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48개의 프로젝션이나 500대의 텔레비전으로 된 대형 작품을 작은 방에 만들었다. 이것은 디스코장이 될 뿐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흡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 실험도 된다.” (백남준, 1993)

 

 

 

7. 슈베르트

여러 모양의 진공관 라디오 아홉 대로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를 표현했다. 빨간 축음기 스피커를 고깔처럼 쓰고 있으며 라디오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문양, 즉 스피커의 촘촘한 가로세로 선, 문자반의 원형 다이얼과 주파수 숫자, 그리고 함께 달려 있는 시계의 시각적 요소들이 전체적 구도에 기여한다. 이 중 세 대의 라디오 안에는 소형 모니터를 넣어 영상을 보여주는데, 한 대는 정상적인 각도로, 다른 한 대는 위아래를 뒤집어서, 그리고 마지막 한 대는 스피커 뒷면에 넣어 같은 영상이 각기 다른 이미지로 보이도록 했다. 영상에서는 샬럿 무어먼이 백남준의 신체를 첼로 삼아 연주하는 모습과 과달카날 섬에서 벌이는 퍼포먼스, 백남준이 거리에서 벌인 <로봇 오페라>(1964)와 자신의 실험 텔레비전으로 화면 조작 시연을 하는 모습 등이 나온다.

 

 

 

8. 밥 호프

밥 호프는 코미디언이자 배우, 가수, 댄서, 작가로 많은 인기를 누리며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연극 등 여러 분야에서 전방위로 활동하였다. 백남준은 호프를 비롯해 험프리 보가트, 데이비드 보위, 로렌 바콜, 마릴린 먼로 같은 유명 대중 예술인들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1970년대부터 대중 매체의 파급효과, 미디어의 이미지 소비,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 등의 문제에 백남준이 관심을 가졌던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84년 뉴욕의 아티스트 단체인 ‘케이블 소호’에서 제작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호프는 기자회견장에 잠입한 아티스트 하이메 다비도비치로부터 비디오 아트와 백남준에 대해 기습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호프는 비디오 아트가 무엇인지, 백남준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실험적인 예술가들에 의해 전개될 미래의 텔레비전에 대해 기대를 표현하며 그 미래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백남준의 <밥 호프>는 미국 방송 문화의 상징이었던 호프를 로봇으로 만들어 그의 과거이자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9. 찰리 채플린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은 <황금광 시대>,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등의 영화를 통하여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언급해 왔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모던 타임즈>는 기계문명과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상실해 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특유의 서정적이고 유쾌한 감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백남준 역시 인간화된 기술, 기술과 인간의 조화라는 주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던 만큼 그의 비디오 조각 로봇으로 형상화된 채플린은 매우 자연스러운 조우라고 할 수 있다. 빈티지 모니터, 구형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몸체가 이루어졌으며 채플린 영화에 등장하는 가스등을 연상시키는 구형 전구가 양 손의 역할을 하는 이 로봇은 흑백영화 시대에 대한 향수를 전달하는 듯 고풍스럽다. 다섯 대의 모니터에서 나오는 영상은 채플린의 영화 속 장면들이 편집되어 있다.

 

백남준 탄생 90주년 연계 행사 Ⅰ

창작극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 196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가 샬럿 무어먼, 배우 황석정의 1인극을 통해 새롭게 조명, 7월 21일(목)

개막, 백남준아트센터와 극단 햇 공동제작

▶ 백남준의 예술적 파트너이자 뉴욕 아방가르드 페스티벌 기획자인 샬럿 무어먼의 예술 세계를 그려내

▶ 축제의 손님에서 공동의 창작자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관객참여형 공연’

 

 

■ 창작극 개요

일 시 : 2022. 7. 21.(목) ~ 7. 24.(일) 전일 오후 6시

장 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랜덤 액세스 홀

기 획 : 백남준아트센터, 극단 햇

공동창작·연출 : 이인수

공동창작출연 : 황석정

관람연령 : 만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50분(예정)

관 람 료 : 전석 20,000원

예 매 : 인터파크

 

 

■ 창작극 소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며, 극단 햇과 공동제작한 공연 <오페라 샬로트로니크>(공동창작·출연 황석정, 공동창작·연출 이인수)를 오는 7월 21일(목)부터 7월 24일(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홀에서 개최한다.

 

<오페라 샬로트로니크>는 백남준의 예술적 파트너이자 뉴욕 아방가르드 아트 페스티벌 기획자인 샬럿 무어먼의 예술 세계에서 출발하였다. 공연자로서, 기획자로서, 샬럿 무어먼이 추구했던 예술은 1960년대 당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음악, 고급문화, 그리고 성에 대한 선입견과 위선을 폭로하는 파격과 전복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샬럿 무어먼에게 예술은 사람들에게 닿고,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수단으로서 연대와 사랑을 담고 있다. 공연 <오페라 샬로트로니크>는 상반되지만 강렬하게 닿아있는 이 두 가지 세계를 바탕으로 하며, 샬럿 무어먼이 자신의 삶에 대해 선언했던 “넘치는 열정, 넘치는 섹스, 넘치는 아름다움”을 주요 키워드로 삼는다.

 

이 공연은 영화, 공연, 드라마를 종횡하며 무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는 배우 황석정이 연주자로 등장하는 1인극이다. 배우 황석정은 첼로를 직접 연주하며 1960년대 아방가르드 음악을 관객들과 함께 실험하고, <오페라 섹스트로니크(Opera Sextronique)>, <TV 브라(TV Bra)>, <TV 첼로(TV Cello)> 등에서 나타난 샬럿 무어먼의 창조력과 독특한 개성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이를 통해 샬럿 무어먼이 실현하고자 했던 개방성, 포괄성, 그리고 연결성을 지금 시대에 공명하는 형태와 즐거움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혼돈과 경계선적 상태(chaotic and liminal)은 샬럿 무어먼의 예술 세계를 묘사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들이다. <오페라 샬로트로니크> 역시 깔끔하게 분류되거나 규정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멈추지 않고 변화하고 변신하는 과정으로서의 주체에 주목하고, 고정된 질서를 깨는 새로운 창조적 경험을 목표로 한다.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연은 샬럿 무어먼의 방과 정원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백남준과 샬럿 무어먼이 당시 최신 테크놀로지였던 TV를 활용한 창작활동을 펼쳤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에게 그러했듯이, 영상과 테크놀로지는 지금 우리 일상의 일부이며, 연주자 황석정과 샬럿 무어먼, 연주자와 관객, 관객과 샬럿 무어먼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어준다. 관객은 연주자와 함께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보를 수행하고, 공동 창작자로서 퍼포먼스의 일부가 되면서 자신만의 예술을 발견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ANAK> 등을 통해 언어가 가진 상상력과 창조력을 실험해 온 이인수 연출가는 “2022년에도 샬럿 무어먼이 여전히 매력적인 것은 예술을 통해 자기를 실현해보는 열정과 그 과정의 아름다움에 있다”며, “공연은 무어먼이 예술을 통해 추구하고 경험했던 것들을 공유하면서, 관객을 축제의 손님이자 공동의 창작자로 초대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페라 샬로트로니크>는 샬럿 무어먼의 삶, 그녀가 창조적 협업 속에 창조했던 작품들과 페스티벌을 돌아보고 재창작하여 폭발적인 창조의 에너지를 구현해 보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창작극 출연진 및 극단 소개

극단 햇

극단 햇은 공동창작을 지향하는 연극단체이다. “햇-”은 “그해에 새로 난”, “얼마 되지 않은” 이라는 뜻을 단어에 더하는 접두사다. 가을에 수확하는 햇과일이 그해의 열매이자 씨앗이듯, 극단 햇의 창작은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며 열매를 맺고 삶을 영속할 수 있는 또 다른 시작을 품고자 한다. 극단 햇은 축적된 역량을 가지고, 새로운 결실이 될 이야기들을 펼친다.

 

 

공동창작·연출 | 이인수

이야기의 힘, 평등과 공유의 창작 과정을 찾아가는 연출가

이인수는 무대 위 언어의 힘을 믿는다. 데뷔작 <필로우맨>에서 <테라피>와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어가 가진 상상력과 창조력을 극대화하는 연극적 형식을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스태프와 배우 모두가 창조적으로 참여하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고, 연극하는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창작 환경의 제공자가 되고자 한다.

대표작으로 <필로우맨>(2015), <두 개의 방>(2016), <우리는 처음 만났거나 너무 오래 알았다>(2018), <체르노빌의 목소리>쇼케이스(2019),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2020, 2021, 2022), <테라피>(2019, 2020), <ANAK>(2021, 2022) 등이 있다.

 

 

공동창작·출연 | 황석정

서울대학교 국악과/한국종합예술종합학교 졸업

2015년 MBC 연기대상 여자베스트 조연상

MBC 방송연예대상 여자 우수상

2019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댜성 여자우수연기상(영화부문)

 

드라마

KBS <징크스의 연인>

tvN <고스트 닥터>

SBS <날아라개천용>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들>

MBC <나쁜 형사>

SBS <미스 마>, <친애하는 판사님> 등

 

영화

<화로동선>, <이공삼칠>, <큰엄마의 미친봉고>, <그것만이내세상>, <그대 이름은 장미>, <살인자의 기억법>, <서울역>, <황해> 등

 

공연

<천변카바레>, <애니>, <일리아드>, <메노포즈>, <베르나르다알바>, <멍>, <천변살롱>, <페스트> 등

 

 

백남준 탄생 90주년 연계 행사 Ⅱ

백남준아트센터 열네 번째 심포지엄 ‘백남준의 선물’

 

<우정을 연주하다: 요나스 메카스와 백남준>

■ 심포지엄 개요

일 시 : 2022. 7. 29.(금) 오전 11시 – 오후 5시

장 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랜덤 액세스 홀

참 여 자 : 이나라, 이한범, 김은희, 이네사 브라지스케, 비타우타스 란즈베르기스, 그레이코드지인

대 상 : 사전예약자 50인 (예약마감)

주최‧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리투아니아문화원, 동의대학교 영화‧트랜스미디어연구소

 

 

■ 심포지엄 소개

요나스 메카스 탄생 100주년이자 백남준 탄생 90주년인 2022년을 맞아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김성은)는 이를 기념하는 열네 번째 심포지엄 ‘백남준의 선물’을 연다. 리투아니아문화원, 동의대학교와 함께 기획 주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1960년대 후반 뉴욕에서 플럭서스 활동을 매개로 만난 두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서로 가까운 예술적 동지였던 백남준과 메카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1968년 UN 헌장을 한국어와 리투아니아어로 각각 낭독하는 정치적 플럭서스 공연을 함께 했고, 백남준은 메카스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에서 <플럭서스 소나타>와 같은 일련의 공연을 펼치는 등 유연한 연대 속에서 서로의 작품세계를 공유했다. 《우정을 연주하다: 요나스 메카스와 백남준》에 참가하는 연구자들과 아티스트들은 각자 연구해온 맥락에서 메카스와 백남준의 만남과 아방가르드적인 시도들에 대해 논의하고, 스크리닝, 심포지엄,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발화로 관객과 함께 연주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