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성의 권력은 아름다움인가

          - 편집국장 이영주

 

아름다움(美)의 어원을 설명하는 말들은 많다. 한자 구성상으로 볼 때 ‘양(羊)’과 ‘대(大)’가 합쳐지고 이는 곧 양이 크고 살지면 좋다는 뜻을 갖췄다고 풀이된다. 이로써 미(美)는 상서로움을 지니게 된다.

 

우리말로서의 해석도 있다. ‘아ᄅᆞᆷ다옴’을 고어 원형으로 ‘자신의 마음에 어울린다 혹은 자신의 미의식에 맞는다, 또는 자신의 가치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미를 지녔다고도 전해진다. 이로써 미를 향한 세인(世人)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형상에게서 아름다움이란 막대한 강점과 장점을 지니는데 이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이론이 심리학에서의 광배효과(光背效果)다. 이는 후광효과(後光效果)와 동일한 의미로 어떤 대상을 평가할 때 그 대상의 어느 한 측면 기질이 다른 특질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우락부락하고 흉악한 외모를 지닌 사람보다 착할 것 같다고 추측하는 심리다. 이를 다시 어찌하여 사람은 선한 사람을 곁에 두려 하고 선망하는가로까지 풀이하려면 너무 깊이 가니 본능적으로 자신의 안온을 우려함일 거라고 추론하는 선에서 관련 논의는 마무리하자.

 

인간 가운데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의 아름다움은 의무이자 작은 부분에서의 권리였으며 같은 사람인 남성에게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노화 현상 중 하나인 흰머리의 경우 남성에게서 나타나면 흔히들 ‘연륜 혹은 삶에의 경륜’이라고 말하지만 여성이 그럴 경우는 ‘미용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로 팍팍한 삶을 사는 여자’ 혹은 ‘자기 관리에 소홀한 게으른 여성’으로 추정되기 쉽다. 노화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에게 일어나는 공통된 현상임에도 말이다.

 

인간의 미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리 책정된다. 여성의 미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형상으로 비너스를 들 수 있다. 비너스는 본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 풍요의 여신으로 로마 여신의 이름이었으나 이후 아프로디테 등과 동일시되면서 모성과 아름다운 여성성을 상징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너스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명성 높은 작품이 밀로의 비너스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밀로의 비너스는 2미터가량 신장으로 흔히 말하는 팔등신 황금비율의 신체를 보여준다. 반면 70만 년 전 시작된 구석기 시대 유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는 큰 머리, 커다란 가슴, 불룩한 배로 이뤄져 있다. 요즘 말로 치면 삼등신(머리 가슴 배와 다리)인 것처럼 보인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밀로의 비너스가 신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나타냈다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도 ‘그 시대의 적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왜란에 대비하기 위해 제기된 십만양병설에 따라 일본 사신으로 건너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고 온 김성일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체구가 왜소해 다른 나라를 침범할 위인이 못 된다”고 말하며 전쟁에 대비한 양병설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를 연이어 유혹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그 명성과 달리 실제 그리 미인은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그녀의 총명함과 언변, 재주는 무척 뛰어났다고. 또 할까. 신장이 150센티미터에 불과했다고 전해지는 나폴레옹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그의 콤플렉스를 여러 나라를 정복하는 방식으로 승화했다고도 견해를 제시한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 중요한 건 외양을 떠난 실체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 문화와 민족에 따라 미의 기준과 가치는 현격히 달라진다. 반면에 인간의 어짊(良)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부디 미인(美人)보다 어진 사람(仁間 인간)을 선호해보는 것은 어떨까. 겉모습은 쉽게 변할 수 없을지라도 성향과 인격 등의 내면 격조는 수양에 따라 갖출 수 있다. 겉모습은 쉬이 변하고 매력이 쇠할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느껴지는 그 사람 내면의 아름다움은 좀처럼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자면, 스스로의 선택이나 노력 여하가 아닌, 그것들이 결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태생적 천상(天像)에 그가 아름다운지를 판가름하는 원천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인간으로서 너무 잔혹하지 않은가 말이다. 또 그로써 시대가 만들고 매스컴이 떠들어대는 요건을 지닌 ‘여성’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여인보다 거대한 ‘상황적 권력’을 지니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