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뉴스] 안성시는 최근 「안성산업진흥원 설립계획(경기도 협의자료)」을 통해 본격적인 출연기관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164억 원(5년간)의 시비가 투입되고, 초기 자본금 10억 원, 연평균 출연금 약 32.9억 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문제는 이 거대한 조직이 과연 “전문성 있는 산업진흥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있다.
■ “전문가가 아닌, 행정 출신 중심”
협의자료를 보면 진흥원은 3개 팀(정책기획, 기업육성, 경영지원) 20명으로 구성된다. 표면상 ‘산업정책 연구·조사’, ‘특화산업 발굴’, ‘기업지원’을 표방하지만 실제 인력 구성은 정책·행정업무 중심의 직제(6급~9급)로 채워져 있다. 이는 타 지자체에서 문제로 지적된 “공무원 출신 인력 재활용형 진흥원”과 유사하다. 성남·화성·광명 등 여러 산업진흥원에서도 공무원 출신이 주축이 되어 전문적 기업지원·R&D사업을 외부 용역으로 대체하는 구조가 반복되었다. 결과적으로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이 컨설팅·위탁비용으로 소모되고, 내부 역량은 축적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런 구조에서는 진흥원이 산업정책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 “사업의 전문성보다 양적 확대에 치중”
이번 계획에는 7개 분야 28개 사업이 나열되어 있다. 그중 신규사업만 24개(약 86%)이며, 대부분은 기존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산단공·중소기업진흥공단이 수행 중인 유사 사업과 겹친다. 그러나 진흥원 내에는 산업기술, 데이터, 투자·R&D 전문인력이 없다. 결국 사업 대부분이 외부기관 또는 민간 컨설팅에 위탁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전문성 없는 위탁 행정’의 반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공무원 감축 2.5명 = 재단 고정비 수십억 원”
설립계획은 “공무원 2.5명 감축”으로 인건비 효율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명의 재단 인건비만 5년간 56.68억 원(연 11억 원 수준)으로, 감축 효과보다 고정비 부담이 훨씬 크다. 공무원 2.5명 감축으로 연 1억 원을 절감해도, 진흥원 고정비는 그 10배 이상이 된다. 재정 절감 효과 없이 새로운 상근조직을 늘리는 셈이다.
■ “예산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전문성의 부재”
안성시의 기업지원 담당 공무원은 현재 3명에 불과하다. 새로 출범할 진흥원이 단순히 그 기능을 ‘확대 행정화’하는 수준이라면, 기업의 기술개발·시장확대·인력양성은 여전히 행정 문서 중심의 지원 체계에 머무르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진흥원의 직원 구성이 산업·기술 전문가가 아닌 행정직 중심이라는 점이다.
타 지자체의 사례에서, 산업진흥원이 설립 후 3~5년이 지나도 내부 인력이 단 한 건의 정부공모사업을 자체 기획·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전문기관이라는 명패만 있고, 실질적 산업 전문성은 없는 기관”, 바로 이런 모델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기록되었다.
■ 전문가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답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산업정책 실행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가 시급하다.
1. 전문가 공개채용 의무화 및 직무기술서 명문화
산업·R&D·투자·기술인증 등 핵심 직무에 대해 ‘전문 자격·경력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원장·팀장·책임연구원은 “산업기술·경제정책 석박사급” 등 구체적 요건을 공모 시 명시해야 한다.
2. 산학연 전문가 자문단 상시화
한국폴리텍대학, KTR, 경기TP 등 지역 기반 전문기관과 공동 자문단을 운영하여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단순 “회의용 자문위원”이 아니라, 사업 단계별 검토·피드백 구조를 갖춘 실질적 자문기구가 되어야 한다.
3. 성과 기반 인력·예산 구조 도입
진흥원 예산의 일정 비율을 ‘성과연동형’으로 편성하여, 외부재원 유치율·기업 매출 증가·기술 상용화 건수 등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한다.
성과 없는 사업은 자동 종료하고, 인력 재배치를 통해 유연한 조직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 “시민의 세금으로 세우는 기관, 시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안성산업진흥원은 5년간 16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출연기관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관 설립”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시민은 ‘간판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
안성시의회는 진흥원이 시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만큼, 전문성 없는 인력구성이나 중복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진흥원이 진정한 산업정책 허브로 자리 잡으려면, ‘전문가 중심 구조’와 ‘성과 중심 운영체계’라는 두 가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안성시가 기업하기 좋은 도시, 미래산업 중심도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안성시의회는 철저한 검증을 통한 예산낭비를 막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