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뉴스] 「대통령의 글쓰기」로 이름난 강원국 작가가 13일 오후 경기 안성 공도도서관에서 “모든 인생은 한 권의 책”을 주제로 글쓰기 특강을 펼쳤다. 해당 강연은 공도도서관이 시행하는 시민 대상 ‘열두 달 인문학’ 프로그램 일환이다.
이 날 강원국 작가는 그간 써온 작품들 및 본인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며 청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부친이 선물했던 수십 권의 세계문학전집, 시인이었던 이모부 댁의 1만 권의 책, 고모가 운영했던 서점 등의 환경이 글쓰기에 영향을 미쳤던 배경이었다고 소개했다.
강 작가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으로, 전경련 회장을 맡기도 했던 전 대우 김우중 회장의 스피치라이터로 기업과 청와대에서 쌓아온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그만의 통찰력으로 강연에서 풀어냈다.
그는 ‘반사체’와 ‘발광체’론으로 압축해 사안을 전개했다. 반사체란 회사나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기능하며 정해진 급여를 받는 사람을 이르고, 발광체란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내세워 본연의 자기 가치와 정체성을 발하며 사는 사람을 뜻한다.
강 작가는 300명의 벤처기업, 1천여 명의 중견기업, 1만 명에 가까운 대기업, 10만 명이 넘는 글로벌 기업에서 사원부터 임원까지 경험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면서 겪었던 조직생활의 장단점을 풀어냈는데, 결국 본인이 속한 ‘회사나 조직의 이름’은 ‘자신의 이름’과 동격이 아니고, 그 속에서의 자신은 주연도 조연도 아닌 그저 단역일 뿐이라는 것이다. 회사나 조직 속에서의 자신은 급여를 받기 위한 반사체에 불과하며 자신의 이름으로 본연의 ‘나’를 찾아갈 때 그제서야 비로소 발광체로서 기능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어떠한 조직 속에서 정주하는 이가 아닌, 본인의 가치와 정체성을 스스로 찾아내 발전시키는 유목민(노마드)과 같은 사람이 대세가 되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근래 급부상하고 있는 AI 활용법에 대해서도 전했다. AI는 원하는 것을 쉽게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기에 중독되기 쉽고 더불어 AI의 확산으로 AI가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기존보다 쉬워졌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AI를 활용할 시 본인의 생각이 아닌 주변 정보나 이론 정도만 참고하는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찾는 글쓰기 방법 10가지를 소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연대순(시간순)으로 정리: 미래 포함
-사건순으로 정리: 자신에게 일어났던 사건들:: 이유, 영향, 감정 등
-관계순으로 정리: 가족, 친구 등
-분야별로 정리: 직장, 부부, 친구, 거주지 등
-자기 주제어 찾기: 자신을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는, 묘비명 같은 짧은 문구
-일기체로 본인 자신에게 쓰는 글
-편지체로 대상을 정해 쓰는 글: 타자에게 쓰는 글
-오토 픽션: 자전적 소설로 작성
-부고 기사: 뉴욕타임즈의 오비추어리처럼 한 사람의 일대기를 쓰는 것,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 보기
-수필, 에세이 방식: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기
강원국 작가가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당시 회사의 명령에 가까운 권고로 인해서였고,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출판사 대표가 글(책)을 쓰라고 강권했다고 전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 강 작가에게 “자네만 알고 남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특권을 누린 것과 같다. 몇 사람이 안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 역사가 바뀌어 가는 것”이라며 글을 쓰라고 권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강 작가는 그동안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직장인의 글쓰기」 등 십수 권에 달하는 책들을 집필했다.
강 작가는 강연 말미에서 “글의 세계가 있고 삶의 세계가 있다. 삶의 세계에서는 보편적으로 꼽히는 성공, 출세의 척도가 있다. 글의 세계에서는 이것이 역전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생 자체가 그래야 한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받는 때가 올 것이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살았는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위기를 감수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를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에 빗대었다”고 했다. 배는 바다 위에 있어야 하는데 항구에 정박해 안주해 있는 배는 진짜 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로 나아가 풍랑과 맞서며 그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대 맞고 4대 때리겠다는 생각으로 링 위에 올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장애물과 다투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게 아닌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면서도 계속 시도하고 또다시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 다음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강조했다.
강원국 작가는 서울대 외교학과, 다수의 기업 경력, 김대중 대통령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연설비서관 등을 거치며 깨닫고 터득한 바를 수많은 저서로 풀어냈다.
공도도서관은 다음 인문학 강의로 오는 24일 「결국 독서력이다」의 저자 명지대 교육학과 김을호 교수의 “독서의 힘, 독서의 중요성”를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