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영화] “사랑이 병이니, 고치게?” ‘有情, 스며들다!’

50대 대기업 임원과 20대 풋풋한 청춘의 불륜일까
서로의 결여를 채워주는 전형적인 사랑의 모델

 

[와이뉴스] “아저씨는 남은 몇십 년을 뭐하고 살 거예요?”

영화 속 여주인공 유리가 연인 정욱에게 하는 말이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장소는 포장마차. 이 대사가 중요한 이유는 이 한 마디가 실상 이 영화의 맥을 짚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자신이 허깨비처럼 느껴지는 남자’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령 같은, 너무 외로운 여자’가 만나 서로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다 이뤄 부표 같은 생과 목표점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삶의 만남이니.

 

물론 혹자는 50대 중년 남성과 20대 여성의 ‘지저분한’ 불륜 이야기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에로일 거라고 오해하기도 쉬우나 청소년관람 불가인 것은 내용상 그런 듯하고 다소 아프고 잔잔한 멜로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듯하다.

 

대기업 임원으로 곧 명예퇴직을 앞둔 50대 남성 정욱. 그는 퇴직 후 작은 토스트 가게를 차릴 계획이고 그런 정욱을 아내는 못마땅해한다. 부모님과 사별하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여자주인공 유리. 돈 많은 남주 만나 호강을 꿈꾸는 개념 없는 여성이 아니다. 싸우고 먼저 일어서도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은 꼭 남기고 가는 주체적인 캐릭터다.

 

이 둘은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치게 된다. 차량에 문제가 생겨 그날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 정욱은 버스 안에서 토스트를 먹던 유리의 앞에서 서게 되고 유리가 떨어뜨린 스위스 화가 파울 쿨레 책자를 본다. 이쯤에서 나와 주시는 남주의 아는 척 “이거 파울 쿨레네” 이 때 여주는 “파울 쿨레를 아세요?”로 해서 이 둘의 금지된 로맨스는 시작된다.

 

모든 불륜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결국 정욱의 아내가 알게 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여기서 끝은 당연히 아니다. 스포를 조금 하자면 헤피 엔딩이다. 삼각관계에서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우는 법, 누구를 위한 해피 엔딩인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상대를 보고 첫눈에 반하는 데 소요 시간은 불과 2초, 그 유효 기간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이라고도 하는데 운이 좋으면 평생 가는 수도 있다고. 생물학에서는 사랑을 배고픔이나 목마름 같은 욕구의 일종으로 보기도 한다는데 이는 자신의 결여를 상대방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심리학적 해석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네티즌 반응은 “결혼은 다른 사랑을 다신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이다. 그만큼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그만큼 가정의 책임감부터 생기는 것이 많고 또 다른 행복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살 순 없다”부터 “표면에 보이는 것 이외에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던 내면의 상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남들의 시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그 선택을 어쩌다 하게 되었고 어떻게 유지되어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라는 심오한 해석, “버스 안은 공공장소라고요”라는 귀여운 반응까지 다양하다.

 

인간에게 이성과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인간은 과연 어느 쪽에 무게추를 둬야 할지, 질서정연하게 행해진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한 번 생각해 봄직은 하다. 영화 ‘캐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 끌리거나 끌리지 않는 이유는 알 방법이 없다. 우리가 아는 건 그 사람에게 끌리느냐, 아니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