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 아티스트 스테이지 어울여울 시즌2 두 번째 무대 <낙화유수>

인간사회 둘러싼 불평등 기록

 

[와이뉴스] 경기아트센터(사장 이우종)는 2020 경기 아티스트 스테이지 어울 여울 시즌2 두 번째 무대 <낙화유수> (작 김성배 /연출 신동일)를 오는 11월 11일 오후 8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경기 아티스트 스테이지 어울여울 프로젝트는 경기도 예술단원들의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창의적인 협업을 도모해 새로운 공연 콘텐츠를 발굴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다.

 

<낙화유수>는 우리에게 친숙한 설화 <콩쥐팥쥐전>의 숨겨진 결말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불평등한 사회 속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신비한 공간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콩쥐와 팥쥐는 각자 거머쥔 현실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콩쥐’와 ‘팥쥐’가 가지고 있던 선악구도의 한계로부터 벗어나 인간의 가치와 본질이 무엇인지 제안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또한 보여주고자 한다.

 

차세대 연출가로 주목받는 신동일 연출과 시대를 관통하는 시각을 지닌 김성배 작가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실력파 홍정의 작곡가가 만났다. 관객들에게 다각도로 해석이 가능한 흥미로운 극적 요소를 담았으며 다채로운 음악을 더함으로써 장르의 편견을 깨고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다.

 

신동일 연출은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면서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 줄거리

현실인지 현실 너머의 세상인지 모를 신비스러운 공간을 가로막고 있는 문이 있다. 그 문 앞에서 ‘파라다이스’라는 바(Bar)를 운영하고 있는, 긴 기다림에 지쳐 보이는 디케는 어느 날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두 명의 순례자를 맞이한다. 도회적이고 세련된 외모의 세라,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고혹적인 유진은 문 밖으로 나가려면 그 문을 열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디케의 말에 막막해한다. 이야기 끝에 결국 서로의 정체를 알아보게 된 세라와 유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몽상이 추가로 등장하고, 네 사람은 억겁의 시간에 걸쳐 얽혀 있는 불평등함에 대한 사연을 풀어낸다. 그리고 문 밖 너머로 지난 삶을 보상해줄 낙원이 펼쳐져 있을지, 지난 삶을 심판할 지옥이 존재할지 의문을 갖게 된다.

 

 

■ 작가의 글

낙화유수(落花流水)에는 <콩쥐팥쥐전>의 콩쥐와 팥쥐,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와 그의 아내 에우리디케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흔히 계모와 팥쥐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콩쥐가 잔치집에 가다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아준 관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알고 있지만 후반부의 내용은 따로 존재한다. 콩쥐의 결혼생활을 시기한 팥쥐가 관리의 집에 찾아가 콩쥐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고, 이후 우여곡절 끝에 환생한 콩쥐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관리가 팥쥐를 찢어 죽여 젓갈로 담아버리는 비극으로 끝난다. 이 내용을 다 알고 난 뒤에도 팥쥐가 악인이고 콩쥐가 선인이라는 이분법적 판단이 여전히 유효할까?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해보자면 뱀에게 물려 죽은 에우리디케를 구해내서 지하세계를 빠져 나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봐 그녀를 다시 잃게 된 오르페우스는 정말 아내에게 헌신적인 사람이었을까? 에우리디케는 또 어떤 인간 유형이었을까.

 

최초에 한 인간이 있었고, 그 인간이 여러 인간을 거치며 억겁의 시간을 살아왔다고 가정해보는 건 터무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를 조금만 눈여겨보면 과거에 있었던 인간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고 있는 것처럼 비슷한 인간, 캐릭터, 삶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콩쥐와 팥쥐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도 충분히 다시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다.

 

 

■ 연출 의도

우리가 물려받은 고전작품은 동시대를 비추는 작품으로 재탄생 될 때 더 큰 가치를 부여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콩쥐팥쥐전>을 현 시대의 관객에게 원작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보다 ‘콩쥐’와 ‘팥쥐’라는 인물을 통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자 한다.

 

<콩쥐팥쥐전>에서 ‘선과 악’을 대변하는 두 인물의 한계성에서 벗어나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불평등을 표상하는 인간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류 역사와 더불어 억겁의 시간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속에 <콩쥐팥쥐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예컨대 인간 가치의 상관관계, 경제 구조와 개인의 자아실현 문제가 이야기의 중심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장면구성을 보다 극적으로 작품의 내적 갈등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과거 회상장면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큰 물음표였다. 원작을 그대로 무대 위에서 재현하기 보다는 여러 각도에서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열린 장면으로 구성하여, 연출적·연기적 상상력을 통한 관객 스스로의 ‘해석’으로 접근되기를 바란다.

 

이번 공연이 현 시대 관객들에게 유효한 작품으로 전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