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엄하게 일할 환경 같이 만들어가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와이뉴스] 라이더유니온은 대한민국 최초의 배달업 종사자 노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1천여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라이더유니온의 뒤를 이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배달라이더 조합을 결성했고, 한국노총도 배달노동자 조직화를 시작한 상태라고 전한다.

 

박정훈 위원장은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처음 기자회견이라든지 공개석상에서 헬멧을 쓰던 라이더가 어느 순간 헬멧을 벗고, 헬멧을 벗은 다음에는 마이크를 잡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꼽았다.

 

이어 노동조합에 가입해 “배달라이더의 권리와 존엄하게 일할 환경을 같이 만들어가자”고 전한다.

 

앞선 8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라이더유니온 협회 사무실에서 박정훈 위원장을 만나봤다.

 

 

■ 라이더유니온 결성 계기 및 주요 활동.

2018년에 워낙 더워서 배달일 하시는 분들에게 폭염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것이 당시 화제가 돼 라이더유니온을 조직하자는 의견이 있어 노동조합 조직이 합의됐다. 2019년 5월 1일 오토바이 행진을 하면서 결성하게 됐다.

 

배달대행 라이더도 산재가 된다는 것을 많이 알렸다. 주로 산재상담 지원을 해왔다. (조합이) 결성될 즈음에는 배달대행 라이더도 산재가 된다는 사실을 전문가들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러한 산재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소개하면서, 지금은 산재가 (적용)되는 게 상식이 됐다. 그게 가장 보람된 일이다.

 

두 번째는 배달노동자도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설립 필증을 받았고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을 하고 집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정부와 국회에 배달노동자의 권익과 대안을 제시해 최근에는 ‘라이더보호법’이라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는 성과까지 얻은 상황이다. 이제는 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 발행하신 저서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주요 내용은.

배달산업의 큰 골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것이다. 배달산업을 이해하려면 플랫폼 자본주의, 플랫폼 산업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하고, 그 특징이 배단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얘기했다. 여기서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의 딜레마라는 부분이다. 위탁계약을 해서 사용자는 노동법의 의무에서 해방되고 노동자는 자유롭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롭게 일을 시키면 배달뿐 아니라 다른 서비스 노동의 질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출근해라, 빨리 배달해라, 배달을 잘해라” 등의 지휘감독 또는 훈련을 시키고 싶어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이때 위탁계약을 했으나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는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AI알고리즘을 통한 간접적 지배라든지, 불법적 행태에 대응해야 하는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보는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 유니온 활동 가운데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가장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싶다. 아울러 위원장 활동이 다소 힘겹지는 않으신지도.

가장 보람된 일은 배달노동자들이 다쳤을 때 산재신청을 한다, 부당한 일에 자기 목소리를 낸다든지 하는 그런 변화들을 볼 때다. 처음 기자회견이라든지 공개석상에서 헬멧을 쓰던 라이더가 어느 순간 헬멧을 벗고 헬멧을 벗은 다음에는 마이크를 잡는 과정들을 지켜보는 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도와드릴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의 사각지대가 있기에 그런 경우에는 무력감도 든다.

 

남을 위해 일한다는 생각은 안 했고, 어느 정도 자기만족이 크다. 특별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활동 안 하시는 분들도 가족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일하시듯 그것과 똑같다.

 

 

■ 배달라이더의 바이크가 의도치 않게 손상됐을 때 수리비 부담 주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신분의 배달노동자의 경우는 사업주가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악덕 사업주 같은 경우는 배상을 요구하는 수도 있지만, 원칙상으로는 사업주가 부담하게 돼 있다. 사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자가 생산도구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배달대행 라이더의 경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신분이 아니므로 그 책임을 배달노동자가 온전히 지게 된다. 오토바이는 자차보험이 안 돼서 보험회사를 통해 보상을 받는 것도 불가능한 구조다.

 

 

■ 위 저서 내용 중, 배달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 및 혜택을 위해 전속성(일정 급여와 근무시간)을 소개해주셨는데, 관련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 또 라이더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꼽으시는지.

라이더뿐 아니라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는 전속성이 (산재보험 가입 및 수혜) 기준이 된다. 전속성이란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거나 소득을 얻는 것을 이른다. 종속성은 근로자 지위를 판단할 때, 전속성은 특수고용노동자가 산재보험 적용이 되느냐를 판단할 때 필요한 기준이다. 전속성을 판가름할 때, 주로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기준이 무엇이냐를 물었을 때 기준이 없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장관이 특정시간을 산업별로 14개 직종별로 고시하는데 매년 바뀐다. 예를 들어 97시간 이상 일을 하거나 월 100만 원 정도 벌면 전속성이 있다, 그런데 90시간 일하면 전속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것은 가입할 때 신고기준이라서 가입할 때는 150시간 일했는데 시간이 지나 70시간 일한다고 해서 바로 산재가입을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이 그 시간을 모두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주로 하나’이기 때문에 중복으로 일을 하게 되면 산재 보장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에서 일을 하다가 요기요에서 일을 하게 됐다 했을 때, 요기요에서 입직 신고를 하면 배달의민족 산재 가입된 게 쉽게 말해 탈퇴된다. 그럴 경우 요기요가 특고산재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중복으로 일할 때 조심해야 하고, 산재도 안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보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플랫폼 산업을 장려하는 가운데 이런 전속성 기준을 유지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배달노동자들의 산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에 전속성 기준을 폐지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고, 고용노동부도 폐지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그게 언제일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21년 고용노동부에서 이와 같은 입장을 몇 차례 냈다고 알고 있다.

 

2021년 발의한 ‘라이더보호법’ 중에서 안전배달요람, 배달대행사업자 등록제, 알고리즘 협상권이 핵심적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 바이크를 좋아해 라이더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계실 것 같다. 전할 조언이라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가장 좋고, 그렇지 않다면 기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오토바이 리스비가 얼마인지, 계약시작일은 언제인지, 사장 이름이 뭔지, 회사 이름이 뭔지, 리스회사는 어디인지 등의 기초적인 정보들을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현금거래가 있었다면 거래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

 

 

■ 이 외 더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계획.

노동조합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 수도 있는데, 배달업이 주로 혼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동료도 없고, 업계 선배나 정보도 찾기 어렵다. 노동조합은 배달노동자들을 상대로 이윤을 얻기 위한 만든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배달노동자들의 든든한 보호막이므로, 가입을 하셔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정보공유도 하고 일을 하면서 죽을 고비도 많이 넘기는데 여기에 모여 믿을 만한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는 공간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셔서 우리의 권리,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노동3권: 대한민국헌법 제33조에 명시된, 근로자가 가지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