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두순 그는 진정 뉘우쳤는가

  - 편집국장 이영주

 

그저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등굣길이었고, 아침이었고, 알려진 바가 맞다면 그 날 날씨는 맑았다. 초등학교 1학년 8살이었다. A양은 술 취한 아저씨에게 교회 안 화장실로 끌려갔다. 가해자는 A양에게 교회에 다녀야 한다면서 화장실 안에서 하의를 탈의하고 구강성교를 강요했으나 이를 거부하자 주먹으로 A양의 얼굴을 수회 가격하고 이에 울음을 터트리자 시끄럽다면서 입으로 A양의 볼을 깨물고 목을 졸라 기절하도록 했다. 이어 강제로 구강성교를 하고 이로 인해 A양은 복부, 하배부 및 골반부의 외상성 절단의 영구 상해 및 비골골절상 등을 입었다고 전해진다. 2008년 12월 11일 아침의 일이다.

 

당시 재판부 제1심 판결문 양형 이유를 인용하자면 사건 당시 A양은 즉시 수술적 처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생명이 위험할 정도였으며 피해자는 음부와 항문이 심하게 훼손돼 그 기능을 상실해 앞으로도 정서 육체적 성장 과정에서 심한 고통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전한다.

 

위 조두순 사건은 2008년 12월에 대한민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교회 안의 화장실에서 조두순이 8세 여아를 강간 폭행한 사건이다. 검찰은 조두순을 기소하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1심 법원은 조 씨의 나이가 많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법원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두순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와 상고를 했으나 모두 기각되면서 징역 12년형이 확정됐다. 이후 조두순은 청송교도소(지금의 경북북부제2교도소)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2018년 7월 성폭력심리치료를 위해 포항교도소로 이감됐다.

 

피해자 A양에게의 2차 피해는 이어졌다. 피해자 가정은 생활보호대상가정으로 집안형편이 어려웠고 피해자 부친은 일거리가 있을 때만 일을 할 수 있는 일용직 노동자이고 피해자 모친은 가사 도우미였다. 모친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월 2만 5천 원의 보험료를 납부했다. 사건 이후 이들은 일을 그만두고 피해자 치료에만 매달렸다. 안산시에서 지원금을 받아 병원비와 각종 경비를 부담하고 있었다. 보험사도 사고를 감안해 4천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안산시는 시에서 받은 긴급치료지원비 600만 원을 모두 반납하라고 명령하면서 만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세금을 압류하겠다고 안산시장 명의의 공문을 2009년 6월 발송했다고 전한다. 생활보호대상자 혜택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고. “원칙적으로 통장에 300만 원 이상의 잔고가 있으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이유였단다. 부모는 피해자의 신체 중 일부 기능이 영구 상실됐고 앞으로 몇 년은 더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사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안산시의 홈페이지에 네티즌들의 비판글이 빗발쳤고 안산시 관계자는 지원금의 회수 처분을 철회하고 기초생활급여도 다시 지급하는 만큼 안산시에의 오해는 풀어달라고 했다고 전한다. 이쯤되면 피해자의 인권과 피해 회복이 먼저인지 지자체의 이미지가 먼저인지 의구심이 들게도 된다.

 

검찰도 한몫한다. 검찰은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녹화가 안 됐다’, ‘녹음이 안 됐다’, ‘소리가 작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피해아동에게 무려 5번씩이나 진술을 반복하게 했음이 밝혀졌다고 전한다. 피해자의 연령과 심리상태를 감안해 의사나 전문가를 통해 피해자 진술이 이뤄지는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가해자 조두순은 또 어떤 사람인가. 그는 전과 18범으로 첫 번째 범행은 1983년 당시 19세였던 학생을 폭행해 억지로 여관으로 데려가 범죄를 저질렀으나 3년형을 선고받고 1986년에 출소했으며 두 번째 범행으로는 1966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 혐오로 지지자 60대 노인을 폭행해 사망하게 했으나 상해치사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에 출소했다고 전한다. 이어 2008년 A양 사건까지 벌어진다.

 

해당 지자체는 앞선 9월 조두순이 피해자 가족이 거주하는 곳 1km 거리의 장소로 회귀한다는 한 언론사 보도에 관련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피해자 보호 대책보다는 안산시 이미지를 우려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으나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고 윤화섭 시장의 청와대 국민청원글, 법무부에의 서신, 무도관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교적 빨리 움직였다. 안철수 대표는 앞선 2월 1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늦었지만 당장이라도 아동·청소년 대상 폭력과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21대 국회 10대 개혁입법과 정책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12세 미만자와 성행위를 한 경우, 12세 이상 16세 미만자를 폭행·협박 또는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해 성행위를 한 경우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형법 등 개정을 통해 아동, 청소년 범죄의 경우 감형이나 집행유예, 가석방을 금지하고 피해 아동과 청소년은 처벌 대신 보호해 범죄 은폐를 방지하기로 했다. 이때 안 대표는 조두순 같은 아동 대상 흉악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재범 가능성이 큰 아동 성범죄자는 형기를 마치더라도 치료 목적의 보호 감호를 하고 죄질이 심한 범죄자는 전담 보호관찰관을 지정해 관리 통제하는 방안도 약속했다고 전해진다. 이어 아동·청소년 대상 유괴죄, 성범죄, 살인죄 등 흉악범죄자의 인적사항을 미국 수준으로 공개하고 피해 아동·청소년의 집과 학교 등으로부터 1㎞ 이내에 가해자 또는 가해자 대리인의 접근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고.

 

조두순 출소에 모두가 비상이다. 해당 지자체 안산시는 위의 대책들을 마련했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앞선 9월 16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조두순 출소와 관련해 교육청 차원의 대책을 묻는 질의들에 “경찰과 연계해 학교주변 CCTV등 경비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예산문제는 교육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서는 “(앞의 말 생략)우리가 한 시민으로 돌아오는 조두순 씨에 대해서 어떤 경계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보다 더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학교 주변에 대한 여러 가지 경계 상황을 기술적으로나 기계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를 강화해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그렇게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평생을 교육자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잘못을 용서하고 교화시켜온 입장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문제는 과연 그가 진정 반성의 기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수감생활 중 그는 피해자 A양을 향해 보복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위해 팔굽혀펴기 등을 하는 등 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또 그가 수많은 전과를 남기기까지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술을 핑계대지 마시라. 그럼 전국의 수많은 음주운전 적발자 처벌은 모두 무효가 된다는 유치한 반박을 하고 싶어지니.

 

해외의 경우 아동성범죄에 최소 20년형이나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5년 2월의 평균 형량을 보인다고 전한다. 피해자 A양 주치의는 한 토론을 통해 “이슈가 되는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여러 대책을 반복해서 내놓지만 과거의 발표에서 진전된 내용이 없고 공허한 말뿐이며 정작 장기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피해아동에의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것이 비단 A양의 사건에만 국한된 것일까. 이 땅의 모든 ‘A양’들의 실상일 터다. 가해자가 당당하고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성범죄가 만연한 이 땅, 현재, 우리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