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뉴스] 최호섭 안성시의원이 앞선 10일 발생한 고삼면 도로 붕괴 사고와 관련해 “도로 관리 행정 근본부터 들여다 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최 의원의 정책 제안 전문이다.
지난 6월 10일 오전 7시 40분,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 느티골 인근에서 24톤 탱크로리 한 대가 도로 붕괴와 함께 하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량을 운전하던 청년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닥터헬기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그는 과거 저와 함께 독일 바이오가스 축산시설을 견학하며 안성 축산의 미래를 이야기했던, 누구보다 성실한 청년 축산인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단순히 "도로가 무너졌다"는 보도 이상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든 그 자리에 있었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더 큰 분노와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사고 당시 도로는 외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속은 이미 텅 비어 있었습니다.
폭 2m 남짓한 하천변 콘크리트 농로는 기초 보강 없이 흙 위에 콘크리트 판을 얹은 단순 구조였고, 하중 분산이나 침식 저감 설계는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그야말로 ‘도로의 탈을 쓴 위험지대’였던 셈입니다.
이번 사고는 상하수도관 누수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도로 구조에 대한 사전 검토 부족, 부적절한 시공, 사후 점검 부재 등 복합적인 관리책임상의 문제가 겹쳐진 결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형사적 책임이나 행정상 과실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예방 가능한 위험을 방치한 채 수년간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시스템의 실패’라는 점에서 사회적 인재(人災)로 볼 수 있습니다.
사고 이후 드러난 도로 단면은 시민 누구라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취약한 구조의 농로와 협소 도로가 안성시 곳곳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전수조사나 구조적 안전 진단은 지금까지 미흡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최근 안성시는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스마트 관망관리와 GPR(지표투과레이더) 기반 지하 안전 진단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공도 지역 공동주택 단지 등에서 나타난 침하 징후에 대해서는 조기 대응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러한 노력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사례는 좋은 벤치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서초구는 2020년부터 GPR 정밀 탐사를 도입해 2028년까지 458.5km에 달하는 전 도로 구간을 점검 중이며, 침하 취약 구간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와 합동 진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기철에는 절개지, 옹벽, 공사장 주변을 중심으로 특별 점검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 수습이 아닌, 사고 이전 감지와 차단, 이제 안성시도 그런 방향으로 행정을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정책 전환을 제안합니다.
▷농로 및 하천변 도로의 정밀 구조 안전 진단 및 전수조사
▷도로 기초 구조 기준 강화 및 시공 설계 표준 개선
▷하중 제한 표지 및 차량 통행 제한 기준 표시제 의무화
▷GPR 기반 공극 탐사 및 스마트 관망관리 전면 확대
▷침하 위험 지역 우선 보강 및 예산 집행의 구조화
▷시민 제보 기반 도로 침하 조기경보 체계 구축
도로는 단지 차량이 지나는 길이 아닙니다.
그 위로 시민이 걷고, 농민이 일하고,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삶의 기반입니다.
그 기반이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음에도 우리가 외면한다면, 다음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저는 도로 위에 덧씌운 시멘트가 아닌, 그 밑의 생명을 지키는 행정을 만들겠습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고, 더 단단히 고쳐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