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주 편집국장
[와이뉴스] 예전 현명한 한 지인은 어른과 사과의 각 개념과 적절한 경우를 알려준 적이 있다.
그가 말한 어른은,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시고 자녀를 두 명 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서 부모님은 본인을 보호하고 때로 책임을 대신 져주는 존재, 자녀는 역으로 자신이 책임지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를 이를 것이다.
즉, 어른이라 함은 본인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많은 일을 책임지고 더불어 본인을 온전히 믿고 의지하는 대상들까지 책임지는 존재라는 것이다. 고생(苦生 쓴 삶)도 많고 의무도 많은 한마디로 ‘묵직한 삶’에 놓인 존재다.
사과의 적절한 경우로는 본인이 잘못하지 않았어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는 주로 부부에 해당된다고 했는데, 운명 공동체로서 상대에의 배려와 이해가 수반된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잘못이나 실수는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를 확장 적용하여 보면, 직장에서나 사회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불특정 상황에서 작은 오해나 소통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일차적으로 ‘죄송하다’를 우선 하고, 그 후에 상세한 상황 설명을 이어가게 마련이다.
쉬운 예로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파트타이머로 근무하는 이들을 보라. 이들은 그저 음료나 음식이 조금 늦게 준비되었을 뿐인데 카운터 앞 고객의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질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늦어서 죄송합니다’를 연발한다. 실상은 그들의 업무 착오가 아닐 텐데도 말이다.
이를 한 단계 더 확장한다면, 이러한 마인드는 ‘대국민 서비스’를 맡는 공직이나 한 나라의 수장(首長)일 경우에는 더욱 요구된다. 본인 딴에는 다소 ‘억울하고 강압적이며 인정이 되지 않더라도’ 일단은 무조건 ‘사과 먼저’ 해야 한다. 한 기자가 언급한 사과의 정석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본인을 믿고 본인에게 권력을 준 국민은 물론 본인의 잘못으로 적잖은 시간 불안과 분노를 겪은 시민들까지도 납득될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사과의 법칙 가운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즉, 본인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이 아닌, 상대가 마음이 누그러질 때까지(용서는 별개의 문제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과는 그런 것이다. 정말 부끄러워도 자신의 과거 잘못과 용감히 맞서 본인의 입으로 상대의 입장을 진중히 고려하여 실토하는 것.
그러함에도, 본인의 ‘편을 들어준’ 혹은 ‘지지해준’ 대상들에게만 마치 암호 같은 사과를 남발한다면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나머지의 시민들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으며,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물론, ‘이 나라의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과는 그런 것이다. 이러한 사과를 적합히° 하는 사람이 무릇 진정한 어른이라 할 것이다.
°‘적합하게’가 더 일반적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