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캡사이신’과 데몬스트레이션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고 백남기 농민은 공식적 직업은 농부(農夫)이지만, 학생 시절부터 중앙대 운동권의 막후 실력자로 꼽혔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그는 대한민국의 사회운동가이자 학생·민주 운동가로 불리기도 한다.

 

2015년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300여 일 동안 깨어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에 백 씨의 유족들은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직사살수 행위 근거규정인 경찰관직무집행법 법률 제10조 4항 등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2015헌마1149)을 청구했고, 2020년 4월 23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이 났다.

 

결정문은 수단의 적합성 측면에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당시 청구인 백▽▽는 살수를 피해 뒤로 물러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41기동대 1제대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청구인 백▽▽가 홀로 밧줄을 잡아당긴다고 하여 경찰 기동버스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청구인 백▽▽가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였거나 경찰관과 몸싸움을 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는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고 하였으며, 또 피해 최소성 측면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청구인 백▽▽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집회 현장에서는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 이전부터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당연히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청구인들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며 “직사살수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 백▽▽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설시한다.

 

또, 해당 민중총궐기 때 고 백 씨의 죽음을 야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집회·시위 관리 총책임자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앞선 4월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단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국가인권위원회(2017.01.01.자 보도자료 “신체 위협 가능성 있는 살수차 사용 자제 바람직”)도 국회의장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관련, 개정안 취지와 같이 참가자를 향한 직사살수 금지 및 위해성분 혼합 금지 등이 바람직하고 경찰장비 사용 시 노약자 주의의무와 살수차 운용요원 교육 훈련 의무 등이 추가로 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집회 시 살수차 사용으로 농민피해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회에 살수차 사용 요건 관련 규정을 포함한 개정안이 발의(2016.07.29.)됐고 2016년 11월 16일 살수차 직사살수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윤일영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도 발의된 바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 제1항은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에 관한 내용으로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이는 집회의 자유를 표현의 자유로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며, 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하며, 이를 내용으로 하는 시위의 자유 또한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이다(2015헌마1149).

 

또 집회의 자유는 국민들이 타인과 접촉하고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며 공동의 목적을 위해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의사표현의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 출판의 자유와 더불어 대의제 자유민주국가의 필수적 구성요소에 속한다.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다원적인 ‘열린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인 것이다(헌재 2016. 9. 29. 2014헌바492 참조).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1조 또한 ‘종교,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 및 청원의 권리’에 관해 규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연방의회는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권리 및 고충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1960년대 집회 시위에 쓰인 건 총과 몽둥이였다고 전해진다. 이어 4.19 혁명 때 경찰은 실탄을 쓰다가 사망 부상자가 속출하자 이에 대체재가 최루탄이었고, 2008년 촛불집회에서 충돌이 발생하자 캡사이신 분사 장비가 개발됐다고.

 

살수차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의 직사 살수포 사망 이후 사용이 중지됐고 경찰 보유 살수차 19대는 2021년 전량 폐차했다고 전한다.

 

앞선 5월 말, 대규모 집회를 여는 민주노총에 경찰이 캡사이신 분사 등 강경대응을 예고한 바 있었다. 이에 일선 경찰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앞선 5월 3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회 대응이)과거로 돌아가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스럽다”며 “집회 현장에서는 시민, 주관 단체, 경찰관들이 다치지 않으면 상당히 평화로운 집회 관리를 했다고 보이고 경찰관들도 그런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경찰행정학자의 발언처럼 “지금은 경찰이 집회 주체·정치·여론을 모두 고려해서 4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할 터이지만, 그럼에도 앞선 윤희근 경찰청장의 “현장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지휘관 판단으로 캡사이신을 쓰도록 준비하라 했다”는 대응이 많은 시민의 반감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민주화’ 되었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