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현지처와 간통죄, 폴리아모리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외국에 나갈 일이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 반도 밖을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어 나가는 이들에게 동행을 청해 갔다. 일행은 대여섯 명 됐었고 일정은 일주일 정도였다.

 

그 나라 공항에 도착하니 여성 두 명이 나와 있었다. 알고 보니 일행 중 누군가가 갈 것을 미리 일러두었고 그녀들은 시간에 맞춰 나와 있었던 것. 두 여성은 일행 가운데 두 명의 남성과 짝이 되어 마치 그곳 가이드 같은 역할을 하는 ‘현지처’였다. 국내에서 일부 안면이 있던 터라 그 둘은 내내 조금씩의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그 여성들과의 ‘동침’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살 만큼 살았고 경험했을 만큼 했다고 자부했던 차였음에도 약간의 ‘문화적’ 생경함은 있었다. 그 두 남성 중 한 명은 가정이 있는 가장이었고 한 명은 이제 막 호감을 갖기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한국에.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명시된 간통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해 성립하는 범죄다. 친고죄(親告罪)로서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고 형사소송법 229조에 따르면 고소는 혼인이 해소되거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가 아니면 할 수 없으며 고소를 제기한 후 다시 혼인을 하거나 이혼소송을 취하한 때는 고소가 취소된 것으로 간주했었다. 또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慫慂) 또는 유서(宥恕)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종용이란 사전의 승낙을 말하고 유서는 사후의 승낙을 말한다.

 

2015년 2월 26일 “간통죄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며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간통죄는 1953년에 제정된 후 62년 만에 폐지됐다. 폐지됐지만 이는 형사법상의 사안이었고 상대방 배우자의 외도 사실(유책사실)이 있고 이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됐다면 이혼소송을 통해 민사상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해 위자료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상간자에게도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으며 자녀가 없다고 해도 위자료는 배상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다.

 

최근에는 폴리아모리(polyamory)가 등장한다. 폴리(poly)는 그리스어로 ‘많은’을, 아모르(amor)는 라틴어로 ‘사랑’을 뜻한다고 한다. 비독점 다자간의 연애를 뜻하는 용어로 일부일처제 개념에 반하는 정의라고. 단,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상대에게 초반에 자신이 폴리아모리임을 밝혀야 하고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하며 그 전까지는 일 대 일의 정서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위 여행에서, 그 나라를 떠나기 전날 두 남정네 중 연장자인 유부남이 말을 꺼냈다. “출장 차 와 만났고 몇 번 만나다 보니 정이 들었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언젠가는 헤어질 때 눈물이 났으며 그때 정말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이제 한국에 가면 또 아내에게 충성해야 한다”고도. 신기하다 해야 할까, 그 분의 부인도 이런 사실을 어림짐작하고 있었다는 것.

 

사람은 누군가의 소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아직도 일부 국가나 문화권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고 들려 온다. 이렇게 따지면 어느 것이 정답인지 도통 헤아릴 수 없도록 어려운 사안이 된다. 사람이 누군가의 독점적 소유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존립할 때에도 ‘현장을 덮치기 전’에는 친고가 어려웠다던 간통죄는 폐지됐다. 그것이 곧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를 마음껏 방기(放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멀리 국가나 문화권으로 나아갈 것 없이 누가 됐든 서로 간 어떠한 ‘약속’을 했다면 최대한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그 관계에서의 예의일 것이다, 적어도 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기를 바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