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보드레_정지_2018_MDF판에 혼합재료_17cmX29cm
정지: 번아웃
- 큐레이터 황은희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 속 인물은 몰려오는 파도와 같은 일의 중압감과 복잡다단함속에서 괴로움을 애써 참고 있는 것 같다. 문제를 직면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느껴지는 인물은 담담함을 보이려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보드레 작가는 현대인의 삶을 성찰하며 돌아보게하는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작품「정지」는 현대인의 삶속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번아웃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 쉬지 않는 현대인들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불타서 없어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많은 현대인들에게서 보이는 이 증후군은 의욕적이던 사람이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무기력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현상을 보이는 이 번아웃 증후군은 노동 생산 복지 같은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경영학 사회학 사회복지학에서 현대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번아웃은 부정적인 스트레스의 극단적인 형태로서 번아웃 신드롬에 빠지면 신체적, 정서적으로 극도의 피로감과 의욕 상실,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고 자신의 능력 없음을 탓하는 자기혐오마저 생긴다. 때로는 업무를 거부해버리기도 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이 번아웃증후군 관련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은 우리 사회속에서 많은 일들을 감내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를 직면하고 벗어나기 위한 시도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폭발직전의 한계에 부딪혀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에는 오히려 잠시 파도와 같은 일의 중압감에서 멀찍이 떨어져 나 자신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에게 휴식을 제공해주기도 하고 숨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를 스스로 마련해주는 이보드레 작가의 작품 「정지」를 통해 삶의 여유를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