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시버시와 부부(夫婦)

 -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각시’란 ‘아내’를 달리 이르는 명사로 한자를 빌려 ‘각시(閣氏)’로 적기도 한다. 이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지며 15세기에는 ‘각시’가 일반적이었는데 ‘갓시’로 쓰인 예도 보인다. 19세기 ‘각씨’는 제2음절의 초성이 된소리가 되어 ‘ㅆ’으로 나타난다. 17세기에 ‘각시’가 ‘각시아’와 같이 호칭어로 나타난 예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각시’가 호칭어로도 쓰일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각시’는 ‘여자’ 혹은 ‘아내’를 뜻하는 ‘갓, 가시’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있으나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전한다.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부부(夫婦)’라는 개념의 용어는 ‘부부’로 통용된다. 내지는 ‘내외’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여기서 ‘내외(內外)’란 한자 안 내(內), 바깥 외(外)를 사용해 주로 밖에서 일을 하는 남자와 가정에서 살림 육아를 도맡았던 여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해석된다. 또 남성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반려자를 소개할 때 ‘처(妻), 아내, 집사람, 부인(婦人), 안사람, 안식구, 와이프(wife)’ 등으로 지칭한다. ‘처(妻)’는 ‘아내, 시집보내다’라는 의미, ‘부인(婦人)’ 또한 ‘며느리, 아내’라는 의미의 ‘부(婦)’를 사용한다. 즉, 위의 어떤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여성 반려자=(집)안에 있는 존재’라는 의미가 함축된다.

 

‘아내’라는 말은 ‘집 안쪽’이라는 뜻으로 이뤄진 말 가운데 하나로 옛말에는 ‘안해’로 기록돼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안(內)+ㅎ+ㅇ(처격조사)’라는 조어구조에서 발달해 근원적 뜻은 ‘집안쪽’이라는 표현과 같으며 ‘주부’를 가리키는 명사로 굳어졌다고. 의미를 확장해 한자 편안할 안(安)을 파자(破字)해 보면, 옛날 움집 모양을 본뜬 모양이라고 전해지는 갓머리부 집 면(宀)+여자 여(女)가 쓰인 걸 알 수 있다. 여성은 집(안)에 있어야 편안하다는 뜻.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각계에서는 ‘아내’의 명칭을 색다르게 변경해 보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이를테면 순우리말 ‘가시버시’의 경우 ‘가시’가 ‘아내’, ‘버시’는 ‘남편’이 된다. ‘가시’는 ‘각시’, ‘버시’는 ‘벗’에 서술격 토씨(조사) ‘이다’에서 ‘이’만 붙어 ‘벗하여’ 혹은 ‘벗 삼아’, ‘벗으로’라는 뜻이며, 결과적으로 ‘가시버시’의 의미는 ‘부부끼리 오순도순’이라고 전한다.* 이는 ‘남편’을 중심으로 곧, ‘남편이 아내를 맞이하여 벗 삼아, 벗으로 하여’의 맥락이므로 주체성 측면에서 남성 쪽으로 기운다. 그럼에도 순우리말로서 한자어 ‘부부’를 대체하기에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한편에서는, ‘남편’에 대응되도록 ‘여편’이라는 말을 주창하기도 하나, 이 용어는 여성 반려자를 다소 낮잡아 부르는(여기는) 어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가시’라는 말은 새색시를 이르는 ‘각시’를 연상케 하고, ‘아내’ 혹은 ‘아내의 친정’을 뜻하는 접두사로도 쓰임 한다고 하니, 명사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용이하지 않아 보인다.

 

제언하고 싶은 용어는 ‘반려인’ 혹은 ‘반려자’, '배우자(配偶者)'인데 문제는 이 단어들 모두 한자어라는 점이다. ‘반려(伴侶)’는 짝 반, 짝 려를 써 ‘짝이 되는 동무’인데 의미상으로는 완벽하나, 앞서 밝혔듯 순우리말은 아니다. '배우(配偶)'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순우리말로 ‘아낙네’가 있다. 이는 ‘결혼을 한 여자와 성숙한 여자를 통칭하는 말’로서 줄여 ‘아낙’이라고도 한다. 어감상 ‘아내’와 유사하나 ‘안에[아네]’보다는 ‘안(內)’이라는 느낌이 덜하긴 하다. 또 제2음절 종성의 ‘ㄱ’이 작용해 ‘아내’보다 더욱 강단 있는 어감을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용어는 ‘마누라’였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현대 국어 ‘마누라’의 옛말인 ‘마노라’는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나고, 19세기에 ‘마노라’의 제2음절 모음 ‘ㅗ’가 ‘ㅜ’로 변화해 ‘마누라’가 현재에 이르렀다. ‘마노라’는 중세국어에서부터 남녀 모두에게 사용되는 윗사람에의 존칭의 표현이었다고. 또 어원상 ‘마주 보고 눕는 사람’이라고 전해진다. 다만, 현재는 ‘자신의 부인이나 중년 여성을 낮춰 부르는 의미’로 변화했다.

 

지금까지 논해본 결과를 총합해 보자면, ‘반려인’, ‘반려자’, '배우자', ‘마노라(-누-)’, ‘아낙(네)’ 등이 후보군으로 오를 수 있겠다. 내지는 ‘짝꿍’, ‘짝지’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을 듯하다. 현재도 일부 남성들은 ‘내 짝꿍(-지)은’하며 자신의 반려자를 약간은 아동틱하지만 순수하게 소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결혼한 여성’을 타인(특히 남성 반려자)이 부를 때를 심도 있게 논한 까닭은 의식하지 못한 채 흔히 사용하는 용어에서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의무)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초저출생 원인을 전통적 유교에서 비롯된 가부장적 문화로 꼽기도 한다. 그 근거로 남성이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문화권인 프랑스(1.8명 2021), 아이슬란드(1.82명 2021) 국가들의 출생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반대로 가부장적 문화권 국가인 독일(1.53명 2020), 이탈리아(1.25명 2021), 스페인(1.19명 2020)의 출생률은 낮고, 또 동양권에서 유사한 가부장적 문화인 일본(1.3명 2021)의 경우도 우연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물론 치솟는 물가, 교육비, 주거비 등 수많은 사안이 산재하겠지만 대한민국 초저출생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일단 용어라도 변화시켜 보려는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기본적 생각의 전환은 한 가정을 뛰어넘어 온 사회 전체로 파급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근본적인 인식 변모의 허들조차 뛰어넘지 못한 채로는 앞으로도 오랜 동안 출생률 회복은 언급되기 힘들 듯하다.

 

 

*김수업 명예교수, “‘가시버시’는 부부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