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민국 1타 점사’ 녹수부인당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 <녹수부인 사주카페>

무당(巫堂)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의뢰인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며 당장에 큰소리를 치는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혹은 무조건 굿을 하거나 부적을 작성하라며 상업적으로 발달한 캐릭터가 그려지는가.

여기 지금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무녀와 사뭇 다른 이가 있어 소개할까 한다.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 녹수부인 사주카페의 주인장 녹수부인이다. 녹수부인이 무속인의 세계에 접어든 건 2005년경으로 올해 14년 차의 자칭 대한민국 1타 점사다. 그녀는 특유의 따뜻함으로 주변인과 사랑을 나누고 사람이 재산이며 금전으로 사람을 사귀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또 어려운 이에게 정성을 전할 때 마음도 같이 준다고 전한다.

앞선 11월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 녹수부인 사주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앞선 11월 13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 <녹수부인 사주카페>에서 녹수부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사람이 재산이며 금전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것은 금물이라고 전한다. 아울러 따뜻한 사랑 나눔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당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랑 나눔의 중심
녹수부인이 처음 제자의 길에 들어섰을 때 같은 마을에 조손가정의 학생을 알게 됐다. 아파봤던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고 했던가. 녹수부인은 그 학생을 후원하겠다고 자청했고 들어오는 쌀이며 먹을거리를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선행이 올해로 10여 년이 넘어섰다.

근래에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수천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그만큼 딱한 사정을 자주 접하게 됐다. 구독자에게 십시일반의 쌀 후원을 정중히 요청했고 5-20만원 가량의 후원금부터 곡식까지 다채롭게 받게 됐다. 모인 성금과 물품을 해당 대상자에게 전해줄 때 감동과 기쁨을 느끼며 흐뭇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앞으로도 이웃을 돕는 길을 가겠다는 다짐을 전한다. 어느날 갑자기 전화한 후배는 팔십 킬로그램 쌀 세 가마를 쾌척하겠다고 나섰다. 녹수부인이 따뜻한 사랑나눔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었다.


한국무속의 기본사상은 효(孝)
녹수부인이 전하는 한국 무속의 기본사상은 효다. 부모와 조상을 생각하고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관하는 무의 신령 칠원성군(七元星君)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 쉽게 풀이하자면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 정화수(井-水) 떠놓고 건강과 장수를 비는 것 자체가 무속의 기본 바탕이다.

한국의 무속은 샤머니즘(shamanism)이지만 불교나 유교 사상과 접목돼 있다. 자신의 조상에게 정성과 효를 다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지내는 것이 돌아가신 후에 지내는 천도재(薦度齋)다. 윗대로 고조 증조 천신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세나굿은 바로 위의 조상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것이다.

조상의 왕생극락을 기원하고 동기간의 우애 기원이 주제다. 49재가 되면서부터는 망제라 지칭한다. 망제가 생전의 죄를 심판받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그 과정이 3년 걸린다. 자손들이 왕생극락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녹수부인은 설명한다.

옛날 서사무가 바리공주의 효심을 기리며 천도를 할 때 바리공주를 시연한다. 여기에서 다른 굿들이 파생됐다. 다른 종교와 같이 무속의 기본은 천신이다. 무속도 좋은 문화로 샤먼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면 조상신이며 마음의 종교라고 소개한다.


대한민국 1타 점사
우리나라에서 무당 인식은 다소 부정적이다. 처음 이 길을 들어서면서 다짐한 것은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에게 환원하며 기존의 무당과는 다르게 바른 이미지로 무당계의 선두주자로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금전만능주의 시대에서 의뢰인의 상황에 적합한 점사를 제시하고 조언을 전하는 길잡이 역할이라고 판단한다. 자신이 정말 답답한 사안을 해소하러 가는 곳이 점집인데 “뭐 때문에 왔느냐”고 묻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의뢰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어주는 것이 점이며 전화 상담만으로도 사연을 파악할 수 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조언을 전하고 싶다는 녹수부인이다.

제자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때에도 사기성은 절대 안 된다고 보이지 않는 것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전한다. 국내 1백만 명의 무속인 가운데 점사로서는 자신 있으며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 타인의 평가도 그러하다. 점사 일 년 후 찾아와 “정말 맞았어요”라고 말하는 이가 대다수다. 사업가, 정치가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수 찾아온다.

힘들게 들어선 무속의 길
무속의 길에 들어서기 전에 녹수부인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몸이 무척 아프고 사업도 잘 풀리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수년 동안 금융계에서 근무했다. 어머니와는 세 살 때 헤어졌으며 부친은 군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20대 후반에 적어놓았던 외할아버지 성함을 들고 어머니 고향에 찾아갔다.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배우고자 했던 갈망을 채우지 못했기에 기존 무속인과는 다른 무속인이 되고자 결심했다. 그 일환으로 30세 이전의 의뢰인은 점사를 봐주지 않는다. 녹수부인의 영애(令愛)가 30대 초반으로 20대나 그 연령의 의뢰인을 만나면 모두 딸처럼 보인다. 그 나이대의 주된 고민은 취업과 사랑인데 그것도 아프지만 달콤한 인생 공부라고 생각한다. 아직 신딸을 한 명도 내리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더불어 젊고 예쁜 나이에 ‘빡세게’ 부딪쳐 봐야 인생을 알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정말 점사가 필요한 친구들은 어머니 모셔오라고 전한다.


신도 인간도 아닌 외로운 무당
대부분 사람은 무당은 만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보통의 인간보다 나은 능력을 지닌 존재로 어떠한 고민도 없을 거라고 말이다. 모두 떠난 자리에 정작 녹수부인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려 하면 막상 사람이 드물다. 의뢰인들은 자신들이 힘들 때는 찾아오다가 그것이 해소되면 더는 찾지 않는다. 혹은 처음에 원했던 것 그 이상을 바란다.

무당도 인간이기에 외로움을 느낀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았기에 필수적인 고독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몽으로 시작된 유튜브 채널
기존에 수많은 권유에도 거절했었는데 고향으로 기도하러 다녀온 후 선몽을 꾸고 나서 시작하게 됐다. 국내 내로라하는 채널에서 촬영 제의가 있었으나 짜인 틀에 맞춰 출연하는 것에 거절했다. 그 계기로 현재의 1인 채널 용군TV를 선택했다. 촬영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반응이 일었다. 콘티 없이 리얼 점사 방송을 보고 진실성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현재 수천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무속인의 삶
녹수부인은 천성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말한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지인 언니가 건네준 20만원으로 키우던 강아지들과 따뜻한 겨울을 났던 기억이 있다. 연탄 한 장에 400원 하던 때였다. 그 금액은 당시 너무나 큰 액수였다. 지인은 더 많이 못 줘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녹수부인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타인에게 전해주고 싶다. 무속인의 길을 걸으면서 더욱 겸손해지고 따뜻하며 심적으로 여유를 갖게 됐다. 사례자의 사연을 듣다 짠할 때 진심으로 도움을 주고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주변에서는 간혹 이를 곡해하는 경우도 있다.

욕심을 내서 금전적으로 부풀리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잠시의 인연으로 떠나더라도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일에서의 희열과 가슴 뿌듯함을 느끼며 신령님께 감사하다. 평범한 사람인데 그런 능력을 주셔서 많은 사람에게 존경받고 베풀 수 있어 값진 걸 주셔서 말이다. 늦게 들어온 것이 한이 될 정도다. 하고 싶었던 사회사업을 펼쳐보고 싶다. 무엇보다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그들에게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따뜻한 것을 많이 전하고 싶다. 그렇게 했을 때 마음이 부자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주는 것은 받을 때보다 몇 배로 큰 기쁨을 준다.

신령님이 주시는 원력(신의 기운)으로 죽는 날까지 초심 변치 않고 가져갈 것이며 더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 공동취재 경기시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