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이]“엄마는 바쁘다”&“엄마도 꿈이 있다”

워킹맘 전업주부 프리토킹 열전

“퇴근하고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면 짠해요. 같이 치카치카(양치)도 해주고 옆에서 챙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죠.”
30대 후반 입시학원 강사 H씨는 퇴근 후 아이를 마주할 때의 심경을 이같이 밝혔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하루는 두 아이의 등교와 남편의 출근 준비부터 빨래, 청소, 설거지 등의 집안일로 빠듯하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간다. 그제야 자신의 일터인 학원으로 향한다. “어떨 때는 그냥 눈물이 나요”라고 힘겹게 털어 놓는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포기 못하는 건 자신의 자아실현 문제와 경제적 요건 때문이다. “무엇보다 버틸 수 있는 큰 힘은 남편의 외조와 응원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족과 다 함께 모여 식사할 때가 가장 행복하죠. 같이 산책하면서 일상적인 대화 할 때 제일 기분 좋아요.”
결혼 8년차 40대 전업주부 G씨는 보람된 순간을 이같이 꼽았다. 반면 “독박육아가 가장 힘들죠”라고 말했다. 독박육아란 시댁 친정 남편의 도움 없이 오롯이 주부 혼자서만 아이를 돌보는 것을 일컫는다.
보육교사, 잘나가는 헤어디자이너를 거쳐 결혼을 하고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 G씨는 40대에 들어서면서 자신만의 직업과 능력 향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와 남편이 그녀 삶의 모든 목표이자 지향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 생각은 없다”고.

대한민국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생활을 하며 아이를 낳고 직장을 다니는 이른바 워킹맘(workingmom) H씨와 결혼 8년차 G씨가 그들의 생활에 관해 자유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나름의 기쁨과 환희, 고통과 눈물이 어우러진 그녀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7일 수원시 H씨의 자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G씨(우측)과 H씨 뒷모습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 학교 보내느라 민낯이라며 한사코 정면 샷을 고사했다.

다음은 G씨와 H씨의 대화 내용이다. 가능한 구어체 그대로 기록했으며 G씨는 전업주부 이니셜, H씨는 워킹맘 이니셜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더불어 와이뉴스는 우리 사회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우사이-우리 사는 이야기] 코너를 준비해 소개하려 한다. -편집자 주-

G - 다른 (전업주부)집도 애들이 엄마한테 ‘엄마는 일 안 해? 다른 엄마들은 일하던데 엄마도 일해서 나 학원 하나 더 보내줘’라고 말도 한대요. 전업주부도 모두 자신의 삶과 인생을 생각하며 계획하고 있어요.

H - 아이들을 두고 출근할 때 마음이 쓰여요. ‘엄마 오늘도 나가?’라고 묻는데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어서 미안해요. (아이가)언제 쉬는지 물어봐요.

G - 올해로 마흔이 됐고 재취업을 고민하고 있으나 무엇을 할지 막막해요. 결혼생활 8년 동안의 경력 단절로 자신감이 일부 하락한 것도 사실이죠. 나이도 있으니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 또는 기존 직업을 더 공부해야 해요.

기자 - G씨는 결혼하실 때 직장을 그만두셨는데 그것에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G - 직장을 그만두는 두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시댁과 어떻게 지낼까 하는 두려움은 조금 있었죠.

H - 아이들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지금)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수도 있고 상대성인 것 같아요. 현재는 일하고 있으니까요. 직장 스트레스 육아 병행에 한계가 올 때나 몸이 아플 때 정신적으로 극에 달했을 때 힘들긴 하죠.

G - 직장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뭔가 저렇게 하고 싶은데 살림에는 성취감이 없어요. 누가 칭찬해주는 게 아니라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인식이 강하거든요. 나는 뭔가, 왜 이것만 하고 있지, 자기 개발로 인정받고 싶고요. 꾸준히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해요. (일과)병행을 하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알고 단절이 안 돼 있잖아요. (전업주부는)공유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 없어요. 전업주부들끼리 얘기하면 아이들 얘기, 살림 얘기 등 소재가 한정돼 있는 편이에요.

H - 퇴근하고 와서 아이들 자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요. 치카치카도 못해주고 그럼에도 ‘왜 일을 그만두지 못하느냐’하면 첫째는 나중에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되면 어쩌나 이런 생각 때문이고요.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해서도 있죠. 경제력도 제외할 수 없어요. 캠핑을 가거나 외식, 내가 버는 걸로 씀씀이가 더 자유로워지는 게 두 번째에요.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한몫하죠.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암묵적으로는 인정받는 거니까요. 워킹맘이라고 했을 때 뿌듯해요.

G - (워킹맘은)명함이 있어요. 주부는 명함이 없어요. 가끔 신랑이 ‘오늘 뭐했어?’ 물으면 ‘나 덕분에 밥 먹고 회사 가는 거야’라고 말해요. 전업주부라 위축돼 있는 게 아니라, 육아한다고 당당히 얘기하죠. 두 가지는 다 못하겠다고도 말해요. 남자들은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맞벌이를 원하죠. 그런 남편이 많아요.

H - 그러려면 아이가 컸든가, 신랑이 엄청 도와주든가, 시댁이나 친정에서 지원해주든가 해야 해요.

G - 신랑이 도와줘도 안 돼요.

H - 워킹맘은 주위의 도움이 없으면 할 수 없어요. 오롯이 여자들의 몫은 아니에요. 그 여자만이 대단해 집안일을 하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5년 간 친정엄마 도움을 받아 살림 외의 것을 할 수 있었어요.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졌던 거죠. 수영이나 요가도 배웠었고 (전에는)엄마랑 같이 살아서 그게 됐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고 신랑의 도움을 받죠.

기자 - 남편분이 가사를 돕는 게 도움이 많이 되나요?

G - 도움이 되죠, 신랑이 도와주는 게. 신랑이랑 같이 하는데요. (신랑이)자잘한 건 안 해요. 도움이 돼요. 애들 봐주고 숙제 봐주고 빨래 널어주고. 도움이 돼요. 신랑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엄청 차이 나요. 애가 셋이니 신랑이 안 하면 나도 같이 안 해요.

H - 신랑이 집안일 해줘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 안 해요.

G - 신랑이 도와주는 게 다소 부족해도 더 하게 만들어야죠. ‘고마워’ 이 말 꼭 붙여줘야 하고 ‘당신밖에 없어’, ‘최고야’ 이 말 꼭 해야 해요.

H - 전업주부로서 자아존중감 떨어졌을 때 신랑의 말이나 신랑의 눈빛, 힘 필요해요. 마찬가지 워킹맘도 (신랑의)격려와 응원이 있어야 해요.

G - 살림해서 표 안 나도 (신랑한테)‘청소했네’ 이런 말 들으면 참 좋아요.

H - 여성이 사회적으로 지위 높아도 남편하고 사이 안 좋으면 우울해요. 신랑의 따뜻한 눈빛과 응원의 말이 활력이 되게 해요.

G - 신랑이 그렇게 안 하면 스스로 위안을 찾아야 해요.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든지 그렇게라도 찾아야 하죠.

기자 - 전업주부로서 가사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책정돼야 한다고 판단하시나요?

G - 적어도 200만원 정도요. 가사 도우미들도 한 달에 그 정도 하니까요. (가사는)퇴근이 없으니 신랑은 쉬게 할 수 있지만 주부는 쉬는 게 잘 안 돼요.

H - 예전에 ‘넌 그래도 내일 출근은 안 하잖아’라고 어떤 남편이 말하며 마무리되는 만화를 본 적이 있어요. 전업주부는 출근이 없어요. 워킹맘은 내일 나가서 치열하게 출근해서 살아야 한다는 게 있어요. 그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비애가 있죠. 그런 반면에 전업주부는 출근이 없으니까 규칙을 지키고 치열함은 없을 수 있다는 생각 들어요. 워킹맘은 생존의 치열함이 있어요.

G - 전업주부와 워킹맘 두 가지 다라면 나는 전업주부를 하겠어요. 신랑이 잘 벌면 취미 생활도 하고 이러는데 워킹맘은 내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죠. 두 마리 토끼 잡기 너무 힘들어요. 이도저도 안 되면 상실감이 클 듯해요. 전업주부가 편하긴 해요.

기자 - 전업주부의 경우 현실적으로 남편과 사이가 틀어지면 스스로 경제력을 부담해야 하지 않나요?

G - 불안감은 항상 있어요. 아침 방송에서 어느 이혼 전문 변호사가 ‘급여가 50만원이든 30만원이든 자기 할 일은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파트 타임으로라도 언젠가는 스스로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100세 시대니까 애들 키우고 내가 뭔가 해야 한다는 거죠. 신랑과 이혼하거나 헤어질 수도 있고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나도 경제력을 키워야겠다 내 개발을 더 해서 취직을 할까 파트타임으로 할까 고심하고 있는 그런 시점이에요.

기자 - 워킹맘의 경우도 임신과 출산을 하며 부분적 전업주부 생활을 하지 않았나요?

H - 당시 전업주부 역할을 했죠. 임신했을 때요. 되게 우울했어요. 일할 때는 쉬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일을 놓고 집에 있으니 또 다른 불안감 생기더라고요. 애만 키우고 엄마로 되는 건 아닌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생겼어요. 워킹맘은 자기가 집안일을 완벽하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뭐가 있어요. 요리도 잘 못하고 집안 살림도 깔끔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업주부와는)다를 거예요. 보이는 거는 다르고 (이때 H씨 주방 옆 수납함을 열어 보여준다)안을 열어보면 다를 것 같아요. 집안일을 못하는 나일 바에야 나가서 일을 해서 돈을 벌겠다, 전업주부로서의 삶이 완벽하지 않은데 우울했죠. 둘째 낳고는 3개월 뒤에 면접 보러 갔어요. 몸조리를 3개월 한 거죠. 집에서 24시간 있으면서 행복을 못 느꼈어요. 우울하다는 느낌이 있었죠. 오롯이 엄마로서의 뭔가를 (아이들에게)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5시간을 충분히 놀아주고 그럴 수 있는데 아이와 붙어 있어도 엄마 역할을 잘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G - 성향에 따라 달라요. 모유 수유할 때 (아기가)방긋 웃으면서 젖 먹을 때, 안고 있을 때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까르르 웃을 때 말이죠.

H - 워킹맘은 일을 나가야 할 생각에 모유수유를 안 해요.

G - 안고 있을 때 (아이에게 젖을)먹이면 예쁘고 귀여워요.

H - 대책 없이 울고 그럴 때 울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죠. 애기가 아플 때가 가장 힘들어요. 아픈데 직장에 나가서 개인적인 일로 (아이가 아프다는)말을 꺼내는 게 꺼려지죠. 애기가 아픈데 ‘뭐 어쩌라고’ 그럴까 봐요. 아이 학교 공개수업 같은 때 학부모 참석 안 하면 (아이가)위축되지 않을까,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 워킹맘들은 힘들어요.

기자 - 언제 가장 보람되세요?

H - 가장 보람될 때는 능력을 인정받을 때죠. 더불어 가정 경제에 일조한다고 느꼈을 때에요.

G - 제일 힘든 건 육아에요. 퇴근도 없는 육아 독박 육아요. 남편 시댁 친정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육아할 때요. 나도 아픈데 애들까지 아프면 그게 제일 힘들어요. 나만의 시간이 육아에 가려질 때, 힐링 시간이 없을 때 내 충전이 안 될 때 힘들어요.

기자 -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세요?

G - 온 가족이 모여서 밥 먹을 때요. 식구끼리 밥 먹으면서 일상 대화할 때 가장 좋고 제일 뿌듯해요.

기자 - 정책적으로 어떤 제도가 수반됐으면 하시나요?

H - 워킹맘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있으려면 퇴근 시간이 빨라야 해요. 다른 사람 월차 1번일 때 (워킹맘은)2번 정도는 싱글과는 다르게 배정됐으면 해요. 미혼들이 형평성이 안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이 부분은.

G - 전업주부도 아이를 종일반에 보내야 해요. 그러려면 어린이집에 서류를 보내야 하죠. 아빠나 엄마 맞벌이 한다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아이를 일찍 데리고 와야 하거든요. 전업주부는 아이를 일찍 데려와야 해요. 오전에 살림하고 뭐하고 시간이 없어요. 큰 애들은 학원을 보내든 어디를 가야 돼요.

H - 애들이 5시에 (학교에서)와요. 퇴근시간 5시인 직장 없어요. 초등학교는 1시에 끝나요. 워킹맘 퇴근 시간과 하교 시간 차이를 사교육으로 충당해야 하죠. 퇴근이 빨라야 해요. (현실이 이러니)저출산이 될 수밖에 없고 남자 혼자 외벌이로 애를 키우고 부부가 취미활동을 한다는 건 힘들어요. 워킹맘이 좋은 게 맞벌이죠, 큰 틀로 보면요, 가족이 공동 취미 활동을 할 수 있고 엄마가 희생을 해서 아이 배울 거 해줄 수도 있어요.

G - 애가 셋이에요. 어린이집은 나라에서 보조를 해줘도 학원에 별도로 돈을 내요. 30여 만원 보조에 10만원 정도 자기부담금이 있죠. 혹은 20만원 보조에 15만원 충당 이런 식이요. 유치원은 30여 만원 나가요. 어린이집은 15~20만원 정도 나가고요. 유치원을 보내려면 사립은 20~30만원 정도 더 내야 해요. 전기나 난방도 지원을 해주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애 셋 키우는데 (도움이)되긴 되는데 워낙 물가가 세니 피부에 확 와닿지는 않아요. 셋째는 (수원)시에서 100만원 받았어요. (서울)강남은 500~1천 만원 정도래요. 수원이 다둥이 맘이 많아 별로 안 준다고 들었어요. (수원시)출산율이 높다고 하는데 직장에서 배려를 안 해줘요. (임신하면)퇴사하거나 다니더라도 육아휴직해도 불안하죠. 전업주부라도 영원한 전업주부는 없다고 생각해요. 육아하면서 내 일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자 - 육아를 함에 있어 전업주부와 워킹맘 가운데 어느 방향이 효율적이라 보시나요?

G - 아이에게 얼마나 진실하게 시간을 알차게 쓰느냐가 문제죠. (아이에게 진실된)눈을 맞춰 주고, 엄마가 우울하면 애한테 짜증내고 그러니까 엄마의 행복이 중요해요.

H - 둘 중에 누가 정서 발달에 좋다고 애기할 수 없어요. 그 아이와 있을 때 양육태도가 중요하고 또 엄마의 양육태도를 아이가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아이와 있을 때 정서적 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가 관건이죠.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