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참여로 모인 성금 오직 자유를 위해서만”

오창익 인권연대 산하 장발장 은행 사무국장

교통사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가장이 있다 치다. 그의 벌금은 200만 원이다. 이 금액은 누군가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일 수 있다.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교도소에 가야 한다. 그렇게 수감되는 인원이 한 해 4만 명이 넘는다(2009년 기준)고 한다.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오직 벌금 낼 형편이 못 돼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을 줄이는 일은 법과 제도를 조금만 고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장발장 은행은 소개한다. 자유를 모토로 시민 참여로 모인 성금은 오직 자유를 위해서만 쓰일 것이라고 자부한다.

앞선 1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장발장은행 사무실에서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을 만나봤다.

△ 오창익 인권연대 산하 장발장은행 사무국장(왼쪽)이 앞선 12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자유를 모토로 시민 참여로 모인 성금은 오직 자유를 위해서만 쓰일 것이라고 자부하며 하루빨리 은행문을 닫는 것을 소망한다고 한다.


■ 장발장 은행 및 대표님 소개 부탁. 처음 어떻게 장발장 은행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장발장 은행은 어떤 곳인지.
- 장발장은행은 2015년 2월 창설했으며 인권연대 산하 단체다.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는 인권문제에 관심 많았다.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차이도 견디기 어려운데 법 앞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푸대접을 받는다. 이를테면 무전유죄 유전무죄(有錢無罪 無錢有罪)다. 그중에 벌금형에 주목했다.

벌금 선고받고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납입해야 했었다. 선고 3년까지는 집행유예가 있지만 벌금형은 집행유예가 없다. 소득과 재산이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인권연대에서 벌금제 개혁을 위한 노력을 했었는데 정부와 국회가 관심이 별로 없었다. 벌금을 못 내서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200-300만 원만 있으면 감옥에 안 가도 되는데 벌금을 내지 못해서 감옥 가는 사람들에게 무담보 무이자로 빌려드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갚는 것은 천천히 나눠서 내시도록 한다.


■ 일수벌금제와 총액벌금제 무엇이 다른가, 납부기한 30일을 연장할 방법은 없는가. 또 현재 노역장 유치제에서 1일 10만원의 벌금이 적정한 것인지.
- 징역형은 재벌이나 노동자의 경우 비슷하다. 벌금형을 환형유치라고 하는데 3년 이내에만 할 수 있다. 아주 많은 벌금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황제노역’으로 지적받은 사람은 6개월만 채우고 3년을 아예 채우지도 않는다.

일수벌금제는 소득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벌금을 정한 다음 일수(日數)를 죄질에 따라 선고하는 것이다. 총액벌금제는 죄질에 관계 없이 똑같은 벌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벌금 방식이다.
벌금을 선고받으면 30일 이내에 일시금으로 완납해야 한다. 현재는 카드 납부도 가능하며 벌금형에 집행유예까지 도입됐으며 이는 2018년 1월 2부터 시행되고 있다. 더 안전해지려면 유럽 여러 나라가 하는 것처럼 시행해야 한다.

1일 10만 원은 적정하지 않다. 10만 원만 치면 안 된다. 감옥에 가야 하면 가족하고 헤어져야 하고 고통이 크다. 강제수단을 지원해야겠지만 한 부모 가정의 엄마나 아빠가 아이는 방치되며 그 가정의 어린아이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 유럽의 경우 재산 정도에 따라 벌금을 낸다고 한다. 이 내용 설명 부탁드린다. 또 장발장 은행의 사회적 가치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유럽은 벌금 10일, 20일 이렇게 매긴다. 소득과 재산을 환산해서 매긴다. 1-3만 유로까지 분류가 돼 있다.

정확한 재산과 소득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쉽지 않으니 재산 소득 추정해서 매긴다. 그 정도 구분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 등위를 차용하면 별도의 행정력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보다 더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

장발장 은행의 사회적 가치라고 하면 거창한 일하는 건 아니고 첫 번째는 진짜 은행들은 상환능력을 보고 빌려주는데 돈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보고 빌려준다.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빌려준다. 이자를 받을 생각도 없다. 대출희망자가 사무실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한보다 먼저 갚는 분들도 꽤 있다. 상대를 믿으면 그쪽도 믿음을 보여준다는 것을 장발장은행을 통해 깨달았다.

상환기간은 최대 1년 6개월이며 대출 가능금액은 최대 300만 원이다. 재원자체가 일반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내준 거라 수익을 낼 생각은 전혀 없다.


■ 소액의 벌금형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가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관이 장발장 은행이다. 그마저도 대출이 되지 않는 분들도 계신가. 장발장 은행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유형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또 장발장 은행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 음주운전을 하신 분들은 어렵다. 사회적으로 그 정도 합의는 있는 것 같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위 대포통장 제공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과속 등의 자동차 관련 벌금인데 소유 차량이 고가인 경우도 불가하다. 가족관계 등도 심사한다. 자녀가 많거나 한부모 가정인 경우도 대출해드린다.


■ 기억에 남는 사용자 사례가 있다면.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는지.
- 장발장은행을 통하면 당장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 교도소에 가면 가족끼리 생이별을 한다든지, 생활 기반을 잃어버리게 된다. 실제로 엄청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가난해진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례로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류 대학을 다녔던 친구가 있는데 사정이 풀리지 않아 벌금 낼 돈조차 없어진 경우가 있다. 부친이 오랫동안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가난이라는 게 일상적일 수 있다. 지금은 가난하지 않아도 내일은 확신하기 어렵다.


■ 향후 활동 계획 및 장발장 은행을 후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외 와이뉴스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사항 있다면.
- 정부, 기업은 장발장은행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돈 많은 사람이 큰돈 내는 것보다는 시민들이 1-2만원 내는 분들이 주신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그분들이 돈을 갚으면 돈은 또 돌고 돌게 된다. 만 원이라는 돈으로 빌려드렸다가 갚고, 일종의 새로운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통장 잔액이나 부동산을 믿는 게 아니라 인간을 믿고 있는 거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고마운 일이다.

최종적으로는 장발장 은행이 문을 닫는 게 목적이다.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대폭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인터뷰 영상 바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43jGLi8D3O0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