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사는 세상”

김현삼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의원(안산7선거구 고잔·초지동)

반월공단에서 노동자 재직 시절 점심을 먹으러 구내식당에 갔다. 동료들이 식사를 하는 도중 회사 간부들이 그 옆에서 빗자루질을 했다. 기업 회장이 연례행사로 회사를 방문하는 날이라는 이유였다. 분노한 김 의원이 강력하게 의견을 표출했다. 이 일화는 주위 동료들의 잔상에 깊게 남는다.

제대 후 노동자로 일하던 당시 밀링머신(압착기)에 선배의 손이 끼어 다치는 사고를 접하게 됐다. 기계에 센서를 설치해 사람의 신체가 훼손될 위기에 처할 경우 자동으로 동작을 멈추게 하자는 제안을 노동조합장에게 했지만 알겠다고 답한 조합장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1995년 결혼을 했다. 1996년 첫째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6개월 되던 무렵 파업에 참여했다. 종료 후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아이를 안으려 하자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 때 또르르 눈물이 흘렀다.

반월공단 노동자 출신이었다. 1989년 10월 4일 입사해 1990년 11월 1일 노동조합 위원장에 선출됐다. 평소 인간 김현삼의 행동을 지켜봐오던 동료들의 천거에 의해서였다. 위원장 선거 시기가 도래해오자 동료들은 지우개로 도장을 새겨 김현삼 의원을 후보로 대리 등록했다. 회사의 이사장 친인척이 후보로 나온 것도 하나의 계기였으리라고 회상한다. 삭발도 여러 번 했다. 위원장 당선 후 사주(社主)의 비리를 알게 되고 직접조사를 해본 결과 사실로 밝혀졌으나 그것을 캐낸 죄로 해임당했다.

그 후 안산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을 역임했고 제종길 전 제17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던 중 고졸자가 자신뿐이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돼 대학교에 입학해 졸업했다. “모시는 분에게 미안해서”라고 사유를 설명한다.

현재 3선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대로 변하지 않으려 힘쓰고 있다. 덕분에 그를 아는 안산시민들은 “김현삼 의원 사람 참 괜찮아”라는 평을 아끼지 않는다.

앞선 21일 오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 김현삼 경기도의원(오른쪽)이 앞선 21일 오후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삼 의원은 3선 경기도의원으로 우리 사회 소외되고 그늘진 곳을 위해 힘써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제8대 경기도의회 민주당 수석대변인, 제9대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2018년 7월부터 제10대 경기도의회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 위원 경기도의회 3선 의원으로서 그동안의 소회 말씀 부탁드린다.
- 2010년도에 경기도의원으로 당선됐다. 3선 의원으로 감회가 새롭다. 지역 주민들께 약속드린 바는 초심을 잃지 않고 변하지 않겠다였다. 얼마나 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시민분들의 응원과 격려를 접할 때마다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든다.


■ 최근 반월공단 노후 도로시설 정비 사업비 10억원과 안산시 여성비전센터 ‘빛가람홀’ 공간 조성사업비 2억3천800만원 등 경기도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12억 3천800만원을 확보했다. 설립 40여 년이 지난 반월공단의 노후화 심각한 실정인가, 어떤 대책이 강구돼야 하나.
-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반월공단에서 현장 노동자로 10여년 일했었다. 그때하고 지금을 비교해보면 도로도 많이 파헤쳐져 있고 가로등도 많이 깨져 있다. 반월공단은 애초에 수도권에 밀집해 있던 3D업종을 모아놓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제조업 중심 단지다. 40년이 지나다 보니 4차 산업 혁명 시대인데 아직도 많은 부분이 제도적인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가 산업 단지이므로 국가가 관심을 가져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반월공단에서 나오는 세금이 중앙 정부로 간다. 도로 보수나 노동자를 위한 복지 시설 설립 운영 비용 등을 안산시와 경기도가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반월공단에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갖고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경기 서남부 지역 전체를 영향을 끼치는 공단이므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적극 힘써야 한다.


■ 2017년 11월 30일 경기도의회에서 발족한 ‘경기노동정책포럼’ 공동 대표로 선임됐다. 경기도에는 전국대비 약 25%인 651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기에 경기도의 노동정책이 곧 대한민국의 표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 특히 교육청이나 도 산하기관의 비정규직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까.
- 문재인 정부 들어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만들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경기도도 이재명 지사 들어선 이후 노동존중 정책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상태이나 현장에서는 정부나 노동자 인권 권익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반월공단 노동조합 조직률이 1%에 불과하다. 안산시가 노동자를 위해 세우는 예산이 안산시 전체의 0.1%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노동자라고 파악되는 시민이 25만 명이다. 노동자에게 행정지원이 열악한 게 사실이다. 반월공단에서 1년에 70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러한 계기로 노동문제 전문가들과 의원들로 구성된 경기노동정책포럼을 2017년 만들었다. 그동안 경기도에도 노동관련 부서가 없었다. 공정경제과 산하 6명에 불과했다. 도 내 노동자는 800만 명이 넘어선다. 근로기본조례를 만들어 경기도가 제도적으로 노동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겠다고 판단해 2017년부터 경기도형 노동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관련 노동과 인권이 존중받는 경기도특별위원회 설립을 제안해놓은 상태이며 오는 12월 중에 본회의 통과하면 다양한 형태의 노동관련 정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 안산시 내 서민 주거 보급률 안정에도 힘써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안산의 재건축 등으로 고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서민 주거에 불안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산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공단 지역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한 도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인구가 있어야 한다. 안산시 인구는 74만 명에서 70만 명 내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주 이유 중 하나가 주택 문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서민안정을 위한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안산시가 관련 정책을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 그나마 안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동안 안산시 주택사업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진행됐고 이는 엄청난 금융부담을 떠안아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자녀 교육도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정책이라고 해서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재입주할 수 있는 계획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게 되면 고층의 아파트 말고는 전부 철거하거나 없애버리는 형태인데 도시재생정책은 그 지역의 문화 예술 삶의 애환이 어우러져 있는 시설물들은 그대로 남겨둔 채 주거 현대화 정책을 통해 서민이 안전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 미투 운동 여파로 직장 및 학교 내 성희롱 및 성폭력 행위에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일반 제조업이나 사무직 여직원들의 피해 사례는 아직 연구가 필요할 터인데 관련 견해는 어떠하신지.
- 미투 운동은 여성의 권익 신장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형편없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70%를 채 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이야기하며 이렇게 되면 남녀 성별 차이가 생긴다.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진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유교 전통으로 여성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미투 운동 관심의 영역에서 제조업, 일반 사무직 성평등 부분들은 배제돼 있다고 보인다. 그 분야의 연구는 접근하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도 말씀드렸듯 여성 전체에게 해당하는 운동으로 전환돼야 한다.


■ 이외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나 향후 활동 계획 설명 부탁.
- 얼마 전 우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목도했다. 부정과 비리에 분노해 광화문을 포함한 전국에서 촛불이 일어나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이것이 집권 정당의 변화, 새로운 변화 대통령과 정부만의 변화로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인지하지 못하는 적폐를 걷어내고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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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상 바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8LCOHgTid8A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