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앞선 8월 17일 보건복지부가 낙태수술을 포함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통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은 8월 2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모든 회원이 합법적인 인공임신중절수술 이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낙태수술을 거부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에서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에 자격정지 1개월을 처분하는 것을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예한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의사회는 한시적인 유예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수술을 포함해 비도덕적이라고 여성과 의사에게 낙인을 찍는 불명예를 용납할 수 없고 생존이 불가능한 무뇌아조차 수술을 못하게 만든 45년 전의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사회적 합의로 새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의사회는 “의사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 사문화된 법의 방조로 여성과 의사는 잠재적 범죄자가 돼 있었고 이제 더이상 의사만의 책임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는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현실적이고 의학적인 근거가 충분하고 사회적 합의에 의한 법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는 관련 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개정될 때까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의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에게 관련 사안 의견을 들어봤다.

△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소개와 근황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에서 개원하거나 봉직을 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를 회원으로 하는 단체로 2천80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1천180명의 회원은 텔레그램 방에서 산부인과나 의료계 현안을 논의하고 의학적 공부도 하면서 실시간으로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는 역동적인 의사회입니다.

우리 의사회는 회무뿐 아니라 회원들의 의학 향상을 위해 1년에 2회 학술대회와 4개월 간에 거쳐서 전국지회를 순회하며 토요일마다 세미나를 개최하고 심화학습이 필요하면 1년에 3-4회 SGA세미나를 주최하며 학문적 갈등을 해소해오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저출산과 저수가로 산부인과 개원보다 폐원이 많아 산부인과 병의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국 57개 시군구에서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없는 것에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것입니다.


■ 보건복지부가 앞선 8월 17일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과 처분 기준을 세분화하면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에 이에 포함하자 이은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낙태 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는 기자회견을 가지셨습니다. 정황 설명 부탁드립니다.
-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2018년 8월 17일자로 공표·시행하면서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한 경우에는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해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찍고 처벌의 의지를 명문화했습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1973년 형법에서 금지한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만들어 인구조절을 위한 산하제한의 방법으로 보건소 등 국가기관에서 중절수술을 권했습니다. 그런 변화의 과정에서 국민에게 형법은 사문화 된 법으로 인식이 됐고 중절수술은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통념이 돼 버렸습니다.

수십만 건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갑자기 여성과 의사를 비도덕적이라고 낙인을 찍고 불가피한 상황의 환자를 돕는 의사에게 1개월 면허정지의 중형을 처하겠다는 개정안에 반발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거부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 이번 조치가 2016년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임신중절수술을 포함하고 기존 1개월이던 의사 처벌을 12개월까지 늘려 비판이 거세자 "처벌 강화를 백지화하는 것을 포함해 개정안을 재검토하기로 한" 이후 2년 만에 갑자기 발표됐기 때문이라고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과 처분 기준 세분화가 그동안 반복돼왔던 것입니까.
- 인공임신중절수술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의사들의 사회적 합의로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시대착오적인 모자보건법을 방치해 국민 모두가 불법 낙태의 혼란 속에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5년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의 사건이 발생하자 이후 이런 유사한 사건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처벌할 유형을 분류하면서 갑자기 낙태를 포함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중절수술을 한 의사에게 12개월 면허정지나 1개월 면허정지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사문화된 법은 그대로 둔 채 피치 못해 수술을 한 여성과 수술을 도와준 의사를 비도덕이라고 규정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 헌법재판소가 2017년 2월부터 형법 제270조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관련 의견 부탁드립니다.
- 1973년 당시의 높은 출산율 낮춰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이유로 형법에서 금지한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조항을 넣은 모자보건법이 제정돼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모자보건법은 당시 계엄 하에서 국민적 합의 절차 없이 비상국무회의를 통해 제정됐으며 내용은 일본의 우생법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우생법은 나치의 단종법을 바탕으로 만든 법으로 1996년 일본도 우생 조항을 모두 삭제했는데 우리나라만 나치에서 이어진 우생학적 법을 지금까지 존치해온 것입니다. 4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낙태에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고 지내왔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주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 취지 그대로 모자의 보건을 위한 ‘모자보건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의사는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그 법을 준수할 것입니다.


■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강간이나 배우자 혹은 정인의 외도, 잘못된 피임 지식 등으로 유발될 수 있으며 해외의 경우 낙태죄를 강화해 원치 않는 출산을 할 경우 그 세대의 성장에 따라 범죄 발생률이 높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관련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 미국의 사례를 연구한 논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 경제적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낙태를 죄로 규정하면 중절수술을 외국에서라도 받을 수 있는 여유있는 가정에 비해 사회 소외계층은 원치 않는 출산이 많아질 것입니다. 그런 경우 교육의 기회 등에서 불평등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이런 논문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찬성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낙태를 금지한 국가에서 음성적인 불법시술로 여성의 사망이 아주 높다는 WHO 보고서가 있습니다.


■ 생존이 불가능한 무뇌아조차 수술을 못하게 만든 45년 전의 모자보건법을 현실에 맞게 사회적 합의로 새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창하셨는데요. 산아제한이 있던 시절 남아가 아니거나 일정 자녀 수 이상이면 임신중절을 해도 문제 삼지 않았었습니다. 관련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 산부인과의사는 낙태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산하제한의 시절에는 국가가 나서서 중절수술을 강요했습니다. 똑같은 법인데 이제는 비도덕적이라고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남성은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임신입니다. 모순이 있다면 빨리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 일부에서는 수술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심산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관련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 아주 잘못된 편견으로 의사를 비난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임신을 산모가 배가 불러와서야 아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 산하제한을 목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할 때 매우 위험했습니다. 현재는 초음파기기의 발달로 초기에 임신진단이 가능합니다. 과거에 비해 수술의 위험성이 적어졌다는 것입니다. 산부인과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그 산모가 분만을 하는 경우 산부인과의 진료비 수익이 더 높습니다. 경제적 이득만으로 중절수술을 권하는 의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는 어떻습니까.
- 낙태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언급이 될 정도로 유사 이래 계속되는 논란이며 많은 국가에서 진통을 겪었고 현재도 갈등이 있습니다. 최근 폴란드의 경우는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려다가 여성의 저항으로 무산됐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은 여전히 대부분의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의사는 낙태 허용 논란에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 법조계는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1995년 개정 후 22년간 그대로 유지돼 온 형법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보고 있으며 1973년 제정된 낙태죄는 사문화됐으나 2010년 이후 정부가 낙태시술 단속을 강화하면서 되살아나 문제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오래된 관련 법안 어떤 식으로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십니까.
- 현행의 모자보건법은 낙태가 허용된 사유조차 의학적으로도 모순이 많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인정하는 사회경제적 사유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며 의학적인 내용이 아니므로 의사가 견해를 밝힐 수 없습니다.

모자보건법의 의학적 문제점은 유전이 되는 정신 장애가 없음에도 중절수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신 장애 환자들의 인권을 명백히 침해합니다. 또 부모가 유전 질환이 있어도 그 자식에게 반드시 유전 질환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부모 질환을 이유로 자식을 낙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무뇌아처럼 생존이 불가능한 태아의 문제가 있을 때는 현행법에서는 중절수술을 할 수가 없으니 모순입니다.

임신 중에 아기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감염성 질환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감염되는 태아는 일부입니다. 감염된 임신 시기에 따라 태아 감염의 위험도는 크게 다르며 설사 태아가 감염됐다 하더라도 발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인 경우도 많습니다. 임산부가 감염성 질환에 걸리면 치료의 대상이지 낙태의 대상이 아닙니다.

강간 또는 준 강간(準强姦)에 의해 임신된 경우와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는 낙태의 의학적 사유가 아닌 사회적 사유이므로 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의사가 진찰을 통해 확인할 수 없습니다.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도 허용사유로 포함돼 있지만 우려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명시가 없습니다. 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만 의료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많은 국가에서 임신 12주나 16주로 수술 가능기간을 설정했고 사회 경제적 사유를 허용사유에 넣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우를 국민께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할 것입니다.


■ 이 외 와이뉴스 독자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 산모와 태아의 두 생명을 책임지며 삶과 죽음의 분만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산부인과 의사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경이로운 임신과 출산을 지켜보는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