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민의 정치참여가 삶과 사회 바꾼다”

‘대안의 숲, 전환의 씨앗’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저는 당신이 운전도 못 하고 애도 안 키워본 여자가 무슨 정치하냐고 할 때 1종 보통 면허에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고, 그런데 그게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 당당하게 받아칠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자기 밥상 한 번 안 차려 본 당신의 꼰대 정치를 뒤엎으러 나왔다, 이렇게 똑바로 이야기할 바로 그 젊은 여자입니다.”
- 신지예 녹색당 2018 서울시장 후보 출마선언문 중

‘임신 중단을 결정한 여성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사회는 여성을, 여성의 삶을, 여성의 판단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다. 인구가 많을 때는 낙태죄와 상관없이 국가가 ‘낙태 버스’를 운영하며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다가 출산율이 낮다고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을 탓하는 것은 폭력이다.’
- 2017년 9월 29일 녹색당 논평 <여성의 몸은 국가의 도구가 아니다> 중

“기존 정당에서였다면 20대 여성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아니라)선거 현수막을 붙이며 뒤에서 돕고 있었을 것이다.”
- 신지예 녹색당 2018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인터뷰(2018.02.20.) 중

“여성, 청년은 보조나 부록이 아니다. 형식적 평등을 보증하는 토큰도 아니다. 그동안 정치로부터 소외되거나 정치에 적합하다고 여겨지지 않았던 이들이 참여하는 정치야말로 녹색당의 정치다.”
- 김주온 녹색당 제4기 공동운영위원장 당선 인사(2016.09.09.) 중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해 ‘녹색당’이라는 당명을 지켜오고 있으며 수시로 당명을 바꾸지 않았다. 아울러 나이주의, 성차별을 극복하는 12가지 ‘평등문화 약속문’을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전국 16개 광역 시도당에 뿌리내린 전국정당이며 전 세게 98개 국가에 녹색당이 있어 정치공동체를 이루고 국제적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5명 지역구 후보 5명이 출마해 18만 2천301명의 지지를 얻었으며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회에 진출하는 정당이 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있다.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대학 시절부터 3천 원의 당비를 내며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 입문 수년 만에 당원 총투표로 당 대표에 선출됐으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대 후반의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의 차분함과 진중함까지 지녔다. 이는 뛰어난 능력으로 30대 초반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을 연상하게 한다.

여성 청소년 탈원전 소수자의 인권 동물권 등을 대변해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녹색당 김주온 공동운영위원장을 앞선 7일 서울 종로구 당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왼쪽)이 앞선 7일 서울 종로구 당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주온 운영위원장은 20살 대학생 시절부터 당원 활동을 시작해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출마했으며 당원 총투표에 의한 당 대표에 선출됐다. 기본소득 및 선거제도 개혁 등을 주창하고 있다.

⬛ 녹색당 및 당 주요 활동 소개 부탁
- 녹색당은 전 세계 90여 나라에 당을 두고 있는 글로벌한 정당이다. 녹색당 공통으로 지닌 가치는 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다양성 옹호 등이다.

한국의 녹색당은 2012년 창당해 1970-80년대 독일 유럽 등의 창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이기는 하다. 한국에서 정당을 창당하려면 필요한 조건들이 수반된다. 이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시간이 좀 필요했다.

2011년 10월 30일 한국 녹색당 창당준비 위원회가 탄생했다. 국내 정당법은 5개 시도에서 각 1천 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만 정당을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했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도 제일 먼저 폐쇄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더라도 24기의 핵 발전소가 바닷가 근처에 밀집해 있다. 이는 앞선 경주 지진 사고에 비춰 볼 때 상당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초유의 쓰나미와 지진 해일 사고에 핵 발전소 사고 피해는 지금까지도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종전과는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출범하게 된 것이 녹색당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탈핵을 선언하기 전까지도 핵 발전소 증가, 화력 발전소 확대로 태양광이나 풍력, LNG 등의 대체에너지 개발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1위는 미국이고 7위가 한국이다.

이번 여름 폭염이나 올봄 미세 먼지, 전 지구적 기후 변화 등도 정치와 관련돼 있다. 지금까지 기후 정책을 정치권에서 논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녹색당은 이러한 요소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성 평등, 성 소수자 인권, 동물권, 농업 등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 1만여 명의 당원이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 녹색당의 대표 선출, 임기 및 조직 체제 설명
- 녹색당은 대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녹색당은 서울 제주 경기 경북 등 지역마다 정당이 있는 연합체며 녹색당 연합으로 전국 운영위원회가 열린다. 이 위원회에서 중요 사안을 논의 결정한다. 이 위원회 의장이자 실질적으로 당을 대표하는 역할이 운영위원장이다. 임기 2년이며 당원 총투표로 선출되고 당을 대표한다.

공동정책위원장은 당의 정책을 연구하고 선거 공약을 제정하며 당 입장을 논의하고 논평을 내는 등의 역할을 하며 정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녹색당 조직의 특별한 점은 대의원 대회 구성원인 대의원을 추첨으로 선정한다는 점이다. 대의원은 지역 성별 연령을 고려해 전면 추첨으로 선출하며 2018년 기준 144명의 대의원이 선출됐다. 정기 대의원 대회는 당규에 따라 1/4분기 이내에 소집되며 연간 예산결산안과 사업계획안, 주요 정책을 최종 의결한다.

녹색당원으로 가입하면 지역 녹색당원으로 활동 가능하며 당 의제 관련 캠페인 등에 동참할 수 있다. 또 청년 녹색당 조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 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들의 네트워크인 지구녹색당Global Greens과 GG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조직인 아태녹색당네트워크Asia Pacific Greens Network의 정식 회원으로 소개돼 있다. 세계 녹색당의 조직과 활동 내역은
- 오늘날의 여러 문제가 한 국가 안에서만 노력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아 난민 평화 등 국경을 넘어서서 같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다.

전 세계 녹색당은 5년마다 주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총회를 개최하고 각자 활동 관련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책을 논의하고 공동 논평을 내는 등 목소리를 모아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나라마다 선거제도나 녹색당 규모도 다르다. 정부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나라의 녹색당도 있다. 서로 참고하며 각 나라의 정치 문화와 다른 배경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정치적 상상력을 키우기도 한다. 한국은 청년이나 여성이 정치 주체가 되지 못했었는데 이들도 정치 주체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른 나라 녹색당 활동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정치를 바꾸는 활동에 같이 참여하고 있다는 의미가 큰 것 같다.


■ 한국 사회 정치를 논하자면 진보와 보수라는 두 아이콘이 등장한다. 최근 진보의 큰 별 노회찬 의원이 사망하면서 진보의 조명이 도드라졌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진보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 전망은 어떻게 보나
- 진보와 보수로 나누면 범위가 너무 넓기에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으로 한정해 답해보고 싶다. 진보 정당은 늘 한국사회 주류 정당들이 논하지 않는 사항들을 용기 내서 언급해왔다.

처음에 민주노동당에서 무상급식을 이야기했을 때 급진적이라고 여겨졌던 정책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동의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사회에 필요한 목소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 전에 누군가 그 문제를 먼저 제언해줘야 한다.

기본소득이나 동물권 성 평등 페미니즘 소수자 인권 등 진보 정당들이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논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 보수를 묻겠다. 한국 사회 보수 어떤 면이 시정돼야 할까
- 워낙 다른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다. 최근 정의당이 자유한국당 지지도보다 오르고 있다. 반공 문제나 안보 제일주의를 화두로 하는 것은 남북문제와 평화 정세에 비춰볼 때 국민 정서에 발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는 상대적이며 사안마다 유동적일 수 있다. 현재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은 선거제도 개혁이라 본다. 대한민국은 1위만 당선되고 나머지 후보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소선거구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가 배분되므로 소수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라 할 수 있다. 이 덕분에 네덜란드에서는 ‘동물을 위한 정당’도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었다.

정책이나 의제로 토론하고 다양한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표자가 되기 위해서 규칙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기회의 공정성과도 연결되는 것이기에 보수의 가치, 공동체 공정성의 가치와도 멀지 않다.

이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동의한다고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 제도 개혁에 여야 모두 힘을 쏟고 국민에게 필요성을 알리며 국회 내에서 선거법 개혁을 속히 진행하는 것이 진보 보수가 더 나은 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길이라 생각한다.


■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정치의 길을 걸으며 힘든 일은 없었는지
- 20살이 넘어 대학생이 되면서 정당에 가입하고 싶었다. 시민이라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정당을 찾아 ‘1인 1정당’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2012년 창당 시 녹색당을 우연히 알게 됐고 녹색당의 가치와 문화가 좋아 보여 당비 3천원씩을 내며 당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기본소득 정책을 주창하며 활동해왔다. 2016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주요 정책으로 기본소득을 내세웠고 이때 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됐다. 그것이 결정적으로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는 계기였다고 판단한다.

시대가 변화하고 여성들이 정치에 더욱 참여하게 되면서 정치 문화가 선진화되고는 있지만 사람들이 정치에 지닌 편견과 혐오가 가장 어렵다. 그들의 기대에 실망을 주는 것이 원인이라 본다.

정치를 포기하면 삶과 사회가 바뀌지 않으니 새로운 주체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힘들어도 도전하고 돌파해 성취하며 이를 나누는 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 내에서 동료 정치인과 동반 성장이 큰 힘이 되므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개인적 당적 측면에서 듣고 싶다. 녹색당은 시민들이 원하는 목소리와 활동을 하는 데 서슴지 않고 앞장서는 정당의 이미지가 강하다. 녹색당의 향후 활동은 어떠할지와 김주온 위원장의 행보는
- 녹색당은 앞선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제주지사 후보 등 청년 여성 후보들이 활약했으나 아쉽게도 당선자를 내지는 못했다. 실질적으로 조례를 제정하고 법을 바꾸고 정책을 만들어 실현하고 싶다.

2020년 다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새 정부하에서 첫 번째로 치러지는 총선에서 어떤 방향으로 국회가 바뀔지 기대된다. 이 시대 우리 사회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데 녹색당이 나서고 싶다.


■ 이 외 와이뉴스 독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 녹색당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참여할수록 우리 삶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린 ‘1인 1정당’처럼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며 그 여정에 녹색당이 함께 있을 것이다.

▷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인터뷰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2tDeCS3Ic4k

/ 이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