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이영주
[와이뉴스] 명파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전날 속초에서 맞은 아침 덕분이었다. 그곳의 호쾌한 파도와 특유의 적막함이 줄곧 눈에 밟히던 차였다. 오랜만의 휴가, 구름에 가려진 더위와 인근 바닷바람의 습함이 간신히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배합된 날씨였다.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바닷가로 향하는 길은 붐비지 않았다. 8월 중순 길을 떠난 이들이 적잖이 있는 듯했으나 도심의 숨 막히는 빽빽함은 아니었다. 2차선 도로로 주행하던 중 저기 앞쪽으로 갈색의 종이상자 같은 것이 납작하게 던져진 듯하게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지며 확연히 들어온 것은 ‘체다(흰색과 노란색 털이 합쳐진 고양이)’였다. 도로 바깥쪽으로 얼굴을 두고 잠을 자는 듯이 쓰러져 있었다. 로드킬. 이걸 여기서 보는 건가.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신체의 반절이 완전히 깔린 피범벅의 사체는 아니었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죽은 것 같았다.
바깥쪽 차선과 가까운데(한 자-30cm-도 안 돼 보였다), 지나가는 차들이 못 보고 바퀴로 밟으면 어떡하지. 분명히 다른 로드킬 동물 사체들처럼 형체도 없이 바닥에 눌어붙어 버리겠지, 그러면 어쩌나. 계속 고민이 됐다. 이미 한 번 죽었는데 저이는 또 죽겠네, 처참히. 묻어줘야겠다.
얼마 안 가 차를 돌렸다. 그렇게 두 번 유턴해 돌아간 곳에는 여전히 ‘체다’가 누워 있었다. 첫 유턴하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 여러 대의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누구도 차를 세우지 않았구나.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정차했다.
호흡하는 기색은 없었다. 눈은 뜬 채였다. 머리 쪽에 출혈이 있었고 경구는 약간 벌려져 있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았다. 동공 반응도 날숨도 없는 듯했다. 육성으로 지금 이 위치는 위험하니 조 옆(손으로 가리키며) 갓길로 옮길 거라고 ‘체다’에게 말해 주었다. 경직도는 심하지 않은 듯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매뉴얼을 검색했다. 지자체 담당 부서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관할 도-시군 순서로 전화 문의를 하고 신고를 했다. 이후 절차를 물으니 “소각한다”고 했다. 죽은 건지 확인을 하느냐 하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했다.
그이의 죽음을 의심한 건 사체를 들어 갓길로 옮기는 짧은 과정에 경구에서 혈액과 체액이 약간 쏟아졌기 때문이다. 행여 산 채로 묻는 건 아닐까 우려가 일기도 했던 차였다. 네거티브 신기하게도 갓길로 옮기고 나니 파리와 개미, 각종 벌레가 꼬이기 시작했다. 손 닿는 대로 우선 쫓아 주었다. 눈은 여전히 뜬 채였다.
정해진 루트는 명확했으나 급박하지는 않은 일정이었다. 그래, 같이 있어 줄게. 너를 치고 간 그 운전자도 무턱대고 떠나 버리고 거듭 유턴해 오는 중에 지나는 차들도 멈추지 않았으니 넌 외로웠겠지. 실제로 ‘체다’ 옆에 앉아 있는 동안 지나치는 차들(대체로 승용차였다)의 속도는 체감상 무척 빠르고 차갑게 다가왔다. 그동안 넌 얼마나 외로웠을까. 누구도 너의 죽음에 관심을 주지 않았구나. 너를 기억해 줄게.
지자체 해당 부서 담당자는 당일에 ‘수거’한다고 했다. 늦어도 오후 6시면 오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여전히 차들은 쌩쌩 지나쳐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담당자인 듯 보이는 이가 도착했다, 흡사 겨울에 눈 치우는 삽 같은 것을 들고서. 죽은 것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자, 호흡이 없고 출혈 상태 등으로 미루어 보아 죽은 듯하다고 했다. 잠시의 정적. 정말 죽은 것이 확실한 걸까.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한 것이 내심 걸렸다. 순진하게도 수의사나 관련 교육을 받은 나름대로 전문성에 신뢰가 가는 이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담당자는 연두색 삽에 ‘체다’를 싣고 가 파란색 포터 트럭 뒤 칸에 실었다. 그렇게 떠났다.
한동안 그 곳을 떠날 수 없었다. 바닥에 낭자한 그의 혈액과 털이 묻은 장갑, 물티슈만이 남았다. 풀벌레 소리.
‘체다’는 길가 숲에서 반대편으로 건너기 위해 차도로 뛰어들었겠지. 차가 왔겠지. 머리 쪽에 출혈이 있는 것으로 봐서 차의 조수석 앞쪽 하단에 부딪혔고 도로 가쪽으로 나가떨어졌겠지.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거나 경시했거나 (설마 의도했거나) 대책 없이 지나쳐 가버렸고 ‘체다’는 눈을 뜬 채로 홀로 죽음을 맞이했겠지.
부패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망에 이른 시각은 멀지 않은 것 같았고 앞서도 밝혔지만 노령의 고양이는 아닌 것 같았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 정도로 추정됐다.
숨진 ‘체다’ 영혼의 평안을 위해 묵념하고 목적지로 향했다. 명파를 들렀다 내려가는 길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해당 지자체 경계 부근까지도 비가 왔다.
담당자를 기다리는 동안 ‘체다’에게 딱 한 마디 전했다. “많이 힘들었지. 그곳에 가서는 아프지 말고 잘 살아.”
행여 각인될까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다. 거듭되나, 해당 지자체 경계 지점까지 비는 계속됐다. 눈을 감겨 줄 걸 그랬나. 너무 조심스러워 최대한 손대지 않았는데 눈이라도 감겨 줄 걸 그랬나 봐. 경이로운 그의 탄생과 그 때 함께 했었을 따사로운 어미의 품과 이후 짧았던 그의 생은 얼마나 삭막했을지.
조금 더 남하하니 비는 그쳤다. 내내 먹먹했다. 눈이라도 감겨줄걸. 그게 그렇게도 걸렸다. 퍽퍽했을 야생에서의 삶과 참혹한 마지막 순간이 여름의 한복판에 박혔다.









